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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날

 

 

수건 쓰고

뙤약볕 기어 다니는 아낙들은

스스로를 수건벌레라 불렀다

 

오늘은 분 찍어 바르고

꽃이 되었다

 

이 꽃과 저 꽃 사이

쟁반날개 퍼덕이며 날아다니는

수벌들 목소리가 굵다

-이경호 시집 <비탈>에서

 

이경호

충남 서산 출생. 1999<작가마당>으로 등단. 시집 <비탈>.

 

 

감상

세상은 변한다. 그런데 이 변화가 발전적일 것인지, 비극적일 것인지는 사실 아무도 알 수가 없다. 그렇다 해도 발전이 좋아보이는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사 영농기구가 기계화되어 옛날처럼 농부들이 고생을 심하게 하지는 않아보인다. 수건 뒤집어 쓰고, 뙤약볕을 기어다니던 수건벌레들, 그들이 우리들의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선대 어머니들의 모습이다. 호미가 되어버린 손이나, 햇볕에 그을러 숯검뎅이가 되어버린 얼굴이 그들의 일상적인 얼굴이었다. 그랬으니 동네 잔칫날이 오면 분 바르고 새옷 입고, 꽃잔치 오죽하겠는가. 남정네들도 덩달아 가슴 설레었으니 그게 우리들의 옛 잔칫날이었다./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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