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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

 

 

뿔뿔이 흩어진

주인 떠난 흔적만이

무성하게 마당에서 자란다

 

웅크린 채 졸고 있는 시간들 옆에

돌담 옆 감나무 꽃 필 날 기다리고

이파리에 걸린 바람 한 줌

살랑살랑 흔들린다

 

우직하게 자리 지키던 빈 바지랑대 위에

빨래처럼 거미줄만 햇볕에 말라가고

해질녘의 하늘은 시리도록 퍼렇다

-김은아 시집 <흔들리는 햇살>에서

 

 

김은아

전남 신안 출생. 2010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1년 <시와사람>으로 등단. 시집 <흔들리는 햇살>.

 

 

감상

농촌이 비어가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도시로도시로 줄지어 떠나는 바람에 고향마을은 빈집 투성이가 되어가고 시골학교는 학생 수가 줄다 못해 폐교되는 사례도 많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은 잡초가 무성하고 거미줄로 가득하다. 벽체는 서서히 허물어져 가고 지붕 역시 천천히 꺼져들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리들의 고향이 무너져가고 있는 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바라보려면 시골 마을을 한번만 돌아보면 금방 알 수가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성싶다. 그래도 빈집 마당의 감나무에는 변함없이 꽃이 피어서 언젠가는 돌아올지도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그 언젠가는 우리들의 고향도 새로운 모습으로 소생이 가능하리라./장종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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