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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사진1.jpg


박경순 시집 표지.jpg


리토피아포에지?93
그 바다에 가면

인쇄 2019. 9. 23 발행 2019. 9. 28
지은이 박경순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20-7 03810

값 10,000원


1. 저자

박경순 시인은  인천 출생, 인하대학교 대학원 행정학박사. 1991년 ≪詩와 意識≫으로 등단하여 ≪한국수필≫ 신인상, 인천예총 예술상, 제24회  인천문학상, 2017 여성1호상, 제27회 전국성인시낭송대회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새는 앉아 또 하나의 詩를 쓰고??,  ??이제 창문 내는 일만 남았다??,  ??바다에 남겨 놓은 것들??이 있다. 울진해양경찰서장을 지냈으며 현재 중부지방해양경찰청에 재직 중이다.


2. 자서

시인의 말


후포를 떠나던 날
아침 바다를
잊을 수가 없다.
재두루미와
갯메꽃과
아침 노을,
그 바다에 가면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그 바다에 다시 가고 싶다.

2019년 가을
 박경순


3. 목차

차례


제1부 9월, 후포 밤바다에서 가을을 만나다
후포리 저녁  13
9월, 후포 밤바다에서 가을을 만나다  14
후포 가을  16
후포에, 겨울이 오면  18
후포 아침  20
기다림은 행복하다  22
후포 5일장  24
후포의 봄  26
후포 바다 J씨를 그리다  28
사람들은 각자 반환점을 가지고 산다  30
축산 바다  32
5월 후포에서  34
삼협 마을, 복사꽃에 반하다  36
영일만에서  38
불영사 가을   40
창포 바다에서 보내는 봄편지  42
오징어  44


제2부 태안 연가戀歌
태안 연가戀歌·1―의항 가는 길  47
태안 연가戀歌·2―연포 바다에서    48
태안 연가戀歌·3―꽃지 할미할아비 바위   50
태안 연가戀歌·4―삼봉  52
태안 연가戀歌·5―신두리  53
태안 연가戀歌·6―몽산포   55
태안 연가戀歌·7―만리포 우체국에서  56
태안 연가戀歌·8―백리포  58
그저 나만 생각했구나  59
학암포 연가戀歌  60
이제는 모두 떠나보내야 할 때  62
식목  64
부고訃告·2  66
우간다 잭플루트 열매처럼  68
갈매기에 대한 오해  69
하루살이를 위한 변명  70


제3부 국수
코르크 나무  73
국수  74
파리  76
김밥 두 줄  77
초보 수영  78
해돋이 공원에서  80
이사  82
영월 가는 길  84
전철역에서  86
연못  87
아카시아 꽃  88
시외버스  89
삼척 영은사 배롱나무  90
꿈  92
검버섯  94
배꼽산·9  96
유모차  97
소설小雪  98


제4부 그 바다에 가면
묵호 등대에서 103
그 바다에 가면 104
오은영 마술사 106
7월의 다짐 108
여기 남은 우리들은 110
화옹방조제 113
해양경찰 충혼가 114
은사시 나무 116
초곡의 등불, 영원하리라 118
아, 그리운 이에게 120
어떤 가시 122
가을 123
전단지 124
고구마를 키우며 125
평택항에서  126

해설/백인덕 충일充溢의 시적 의미 127
     ―박경순 시의 지향과 관련하여


4. 본문

후포리 저녁


어둠이 먼저
바다에 떨어졌다


산등성이에는
아직도 미련이 남아있는
노을이
그대 사랑처럼
걸려 있는데


저녁 밥 짓는
연기
밥 먹으라고 부르는
엄마 목소리
다시 듣고 싶은
후포리 저녁





9월, 후포 밤바다에서 가을을 만나다


가을은 소리로 다가왔다


밤새 잠들지 못하고
그리움을 울컥 울컥
토해내는 후포바다는
여전히 여름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었다


소나무 숲과
길을 잃은 검은 개 한 마리와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는 갈매기와
노을을 잊은 후포바다는
등기산 아침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다 너머
고기를 잡으러 간
내 아버지와
내 아버지의 아버지는
대게 몇 마리 가슴에 품고
오실런지
녹등, 홍등 등대는
걱정스레 반짝거리고


집을 너무 멀리 떠나온
사람들은
9월, 후포바다에서
먼저 온 가을과 함께
나와,
나를 떠나간 사람과
보랏빛 여름 햇살을
그리고 있다





후포 가을




후포의 길목에
그물을 놓는다


가을이 한 뭉텅이
걸린다


제 역할을 다한
화살나무 잎이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그 소리에
겨울이 일어난다


소리를 내는 것과
소리를 낼 수 없는 것들이
우우 일어난다


산 너머
노을은
서둘러 별들을 부르고


그림자 길게 서성이는
후포 가을


5. 평가

일상은 시로 가득하다. 굳이 심오한 사색이나 끈기 있는 명상이 필요하지도 않다. 감각을 열고, 어휘의 창고를 수색하고, 기억의 갈래와 배치에 대해 조금 고민하고, 스스로 발견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말 그대로 시적 윤슬이 가득한 반짝이는 순간이 된다. 박경순의 시를 읽는 내내 ‘충일; 가득 차 흘러넘침’ 어휘가 눈에서 머리를 지나 입속에서 웅얼거렸다. 결국 이렇게 손을 통해 활자로 찍히는 단계까지 왔다. 우리는 너무 쉽게 어떤 ‘어휘’의 사전적(축자적) 의미에 만족하거나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편리하고 안전하기 때문이겠지만, 그런 태도로는 결코 ‘의미의 이면裏面’을 볼 수 없다. 가령, ‘충일’이 물질의 상태를 지칭하기보다는 내면의 정서적 상태를 겨냥한 어휘라는 것을 간과하면 그 순간 시인이 구축한 시적 의미의 세계는 휘발揮發하거나 무의미해 지고 만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시에서 ‘의미’는 세 차원에 가로놓여 있다. 하나는 감각적 차원의 ‘의미sense’로 시작의 기초이면서 동시에 정서적 반응의 결과로 그 자체로 재귀하기도 한다. 가령,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은 감각적 소여所與 외에 거의 의미가 없다. 그 다음은 언어적 차원의 ‘의미meaning’인데 쓰인 말 그대로의 뜻이라 할 수 있다. 가령, 병문안을 가서 수술을 마치고 깨어난 환자에게 아프냐고 물어봤을 때,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라는 대답은 표면상 그가 아프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 이상을 지시하지 않는 것이 그렇다. 마지막으로 ‘맥락상 의미context’가 있다. 이것은 앞의 병문안 예를 극적 아이러니로 만들면서 발생하는데, ‘아프지만, (네가 내 안부를 물어주어서 행복하기에) 안 아파’라는 의미를 함축한다. 필자가 이 글에서 사용하고자 하는 ‘충일’의 의미는 마지막 차원을 겨냥하고 있다.
이번 시집을 관통하는 박경순 시인의 시작의 특징은 대상과 시상의 직접적 표출이라는 측면에서 제재를 반복하거나, 시적 진술의 일부를 생략하면서도 내면에 흐르는 맥락으로 다 감싸 안은 일종의 시적 지향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백인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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