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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식0.jpg


백야표지0.jpg


리토피아포에지·101
白夜

인쇄 2020. 2. 25 발행 2020. 3. 1
지은이 강우식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128-3 03810

값 10,000원


1. 저자

강우식 시인은 1941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66년 《현대문학》지로 등단. 시집 『사행시초』(1974), 『사행시초·2』(2015), 『마추픽추』 (2014), 『바이칼』(2019). 성균관대학교 시학교수 정년.


2. 자서

지은이로부터 1

流水人生 여든 줄에 들어

80이라 쓰니 눈사람이 되었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더니

다시 오지 않을 내 인생의 봄날이여.

눈 내리는 시베리아 벌 같은

뜬눈의 白夜.

 

오로지 시만 쓰고 싶었던

백발로 하얗게 저문 겨울 나그네.

 

2020년 춘설이 난분분한 2월에

 

果山散人 강우식

 

지은이로부터 2

 

내가 태어나 살은 지구니

세상 곳곳 많이 다니며 보고파서

발품이나 팔며 다녔으나

 

다 뜬구름 잡는 빈 손 이어서

평생 손발이 가볍구나.

 

게다가 마음도 텅 비어

가을 햇빛처럼 고요하니

仁者樂山 知者樂水.

 

그 산자락에서

한세상 살았으니 가진 거 없어도

늘 시 가 있는 가슴이다.

 

202020층 구름집에서

老平우식80


3. 목차

목차

지은이로부터·1  05
지은이로부터·2  07
서시―길의 기억  08

1부 사마르칸트의 고려여자

장강삼협을 지나며  15
대마도에서  17
비오는 오키나와  18
테를지의 별  20
울란우데  21
에비앙  22
스트로베리가든 홈스테이―호이안에서  24
스리랑카  25
성안스 성당의 종소리  26
인도양의 눈물  27
연인들의 공원  28
심심한 정년  29
마리아나 해구  31
사이판  32
이스탄불  34
페테르부르그의 백야  35
모스크바의 비  39
꽃밭  41
사마르칸트의 고려여자  42
유적지의 원형극장에서  44
스코페에서  47
압권  48
에펠파리  51
취리히 호반에서  53
백조의 성―뮌헨 퓌센에서  55
드라큐라성의 시계  56
스칸드나비아반도의 풍경  58
말도나도의 별―이민자의 땅  60
아프리카 아프리카  62
아프리카 수사자  64
킬리만자로  66
훈장수염  68
피사에서  70
체게바라  71
알렉산드리아에서  72
나이아가라  76
이과수 폭포  78
빅토리아 폭포  80
기린  81
꿈  82

2부 북해항로

실크로드  87
만년설  95
북해항로  98
고비사막  104
타조알  108
융프라우의 소  113
콰이 강의 다리  116
야간비행―팔라우에서  121

여적―세계여행시를 마무리하면서  141


4. 평가


세계 여행시집  제목을 『백야』로 하였다. 원래 이 제목으로는 세계 각국의 ‘백야’가 있는 나라들에 대한 시로써 한 권의 시집을 엮으려 하였으나 내 나이가 어느덧 80이다. ‘백야’가 뜬  나라의 이름난 도시를 일일이 여행한다는 것 자체마저도 욕심이다. 예를 들면 캐나다의 옐로우나이프 같은 데를 말이다. 그리하여 아마 ‘백야’에 대한 세계초유의 시집이 될 강우식의 ‘백야’는 맛만 보이고 여기서 접는다. 어느 때인가 후인이 있어 ‘백야’에 대한 좋은 시를 써서 시집으로 내었으면 한다. 나의 ‘백야’에는 우리 민족이 백의민족이고 흰색(밝음, 광명)을 사랑하는 민족의 시원까지 거슬러 오르는 시적 오로라 같은 상상력도 작품에 들어 있었으나 그것마저 접어야 하는 내 능력과 한계가 그저 아쉽고 아쉬울 뿐이다. 여행은 다니던 직장도 정년하고 시간이 넉넉할 때 여유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미룬 것이 내 잘못임을 실감하는 근일이다. 이제 나름으로는 남들이 못 밟은 시의 땅을 개간하는 작업도 여기까지가 그 한계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쓰고 싶고 벗고 싶었던 시의 멍에도 이쯤에서 벗어야 되는 아픔이 가슴을 찌른다. 80수 기념 시집이라고 펴내지만 내 나이가 밝지도 않고 아주 어둡지도 않은 ‘백야’의 세계에서 헤매고 있는 일상이어서 크게 기념할 것도 없는 오늘 하루고 내일일 뿐이다. 누군가는 여행은 다니면서 세상을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 여행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는 것이었고 이제 결국 한 편의 시, 한 권의 시집으로 남았다.


5. 작품

 
서시
-길의 기억



괴테는 60줄에 『파우스트』를 쓰기 시작하여
80에 완성하였다는 말을 듣고서
내 나이 여든까지는 아직은 한 살쯤 밑이니
사는 날까지 마라톤선수는 아니지만
완보의 걸음이더라도 
녹 슬기보다는 닳아 없어지자며
신발짝이 해지도록 세계를 쏘다녔다.
하늘길이건 바닷길이건 흙길이건
어디든 역마살이 끼인 듯이
자고 일어나면 문을 차고 나섰다.
방구석 앉은뱅이 신세로 사는 게
마치 온몸에 좀이 슬은 것 같아서
수류화개水流花開로 흐르듯 했다.
큰길이든 갓길이든 골목이든
살아온 인생이 그러하듯이
자기가 다녔던 길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어느 한 순간에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지나온 길을 돌아 볼 때가 있는데
언젠가 새로운 하늘 길을 가다
내 살던 지상의 길을 내려다보니
얼기설기 나뭇가지처럼 뻗어 있는 그 끝에
집들이 열매처럼 달려 있었다.
바나나 같은 집, 망고, 두리안 같은 집,
파파야 열매 같은 집, 씀바귀 같은 집,
사과, 배, 복숭아, 대추, 밤 같은 집들도 있었다.
집들이 쓴물, 단물, 눈물, 콧물까지 다 들어 있는
열매라는 느낌이 내게 왔다.
길에 끝이 없다고 절망치 마라 머물면 길 끝이다.
내가 길을 찾아 떠나는 곳에는
언제나 길의 끝을 안다는 듯 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장강삼협을 지나며

어느 곳인들 차이가 없겠느냐마는
사람마저도 인산인해로 차이가 나는
차이나의 장강삼협은 강의 만리장성이다.
내가 장강의 물줄기를 타는 것은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마음보다는
흐르는 대로 되는 대로 
물의 자연을 따르고 싶어서다.
이 강의 어디쯤에
오뉴월이면 흰 꽃을 다는 산사나무가
붉은 꽃을 피웠다는 기적 같은
지금은 물속에 잠긴 산사나무 사랑이 있어서다.
양자강 물길처럼
어쩌다 실핏줄 같은 인연이 이어져서
흰 꽃도 사랑하는 사람의 피가 스며들어 붉게 피는
산사나무 아래서 이룬 사랑.
장강은 한때는 모택동 사상 때문에
수많은 지식인 청춘남녀들이 흐르고 흘러
도시에서 산골 오지까지 역류되어 온 곳.
기약 없는 내일을 믿으며
사람과 사람끼리 만나 사랑을 틔우고
그 사랑이 모택동 어록보다
더 큰 혁명이기를 바라며 이루지 못할 사랑을
깊은 산골처럼 숨어 했던 곳.
사랑이 이 세상에 왜 있는가 하면
아무리 잊으려 하고 나를 바꾸고 버려도 변하지 않는
당신을 만나 행복했던 그런 진실이 있기 때문이리.
내 나이 여든, 늙은이 가슴에도 사랑은 있어
깊디깊은 물결 속에서도 아직 살아있는 산사나무
그 사랑의 파동을 찾고파서
오늘도 나는 장강하고도 삼협의 협곡을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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