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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리토치아문학상 수상자 박정규 시인(수상작품집-남해 바다) 선정


박정규2-2.jpg



계간 리토피아가 주관하는 제10회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자로 박정규 시인(수상작품집-남해바다)이 선정되었다. 박정규 시인은 경남 남해군 출생으로 2003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으로 '탈춤 추는 사람들'(2003), '검은 땅을 꿈꾸다'(2011), '내 고향 남해'(2019)가 있다.

 

 

시상 일정 미정

 

 

심사평

항심(恒心)이 깃든 생생한 현장의 애향(愛鄕) 전원시

 

 

전원시 하면 대체로 자연에의 동경과 낭만적 목가가 떠오른다. 현대시는 거기에 덧붙여 이른바 거리두기를 통한 현실에의 부단한 이해와 평화롭고 조화로운 삶에의 추구를 내포한다. 이런 의미에서 고향 남해를 지키며 시작을 게을리 하지 않는 박정규 시인이야말로 현대적 전원시인이라 칭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가 최근 상재한 시집, 남해는 수구초심(首丘初心)’수처작주(隨處作主)’의 자세란 무엇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생명은 그 무엇이든 자기의 난 곳을 본질적으로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또한 자기가 가 앉은(존재하는) 자리에서 주인처럼, 자기본위로 살고자 하는 본성이 내재해 있다. 그래서 늘 떠나고 돌아오는 행위를 측은하게 또는 얼마간 안쓰럽게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지금 현실이 가속화하고 있는 이런 현상에 대해 침묵하기보다는 모기만한 소리일지라도 자기를 말함으로써 다시 생각할 계기를 마련하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중요하다.

박정규 시인은 할아버지께서/토담 치고 옹기 모아 둥지 튼 보금자리/할머니 쌈지 속에 콧물 묻은 지폐처럼/밟아버린 세월 저편 아련한 추억들/삶의 주머니에 꼬깃꼬깃 숨었다가/겁 없는 망아지처럼 버스 안으로 뛰어든다/버스는 꼬불꼬불 시간 속을 달리건만/차창 밖 어린 세월은 새치만큼씩 마음 안을 키운다/, 언제나 안기고픈 비릿한 흙냄새 마늘향기/토끼반도 남쪽 바다 한려공원 중심에서/청정해역 출렁이는 내 고향 남해”(내 고향 남해)에서의 자신의 가계의 오랜 연원을 드러내는 한편, 가족 팽장묘에서는 서둘러 가족 평장묘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을 가감 없이 보여 준다. 그 절실함은 한 가계가 마르고 닳도록 살아갈 집을 짓는다./태어나지도 않은 손자의 방이 있고/죽지도 않은 내 영혼이 살 모호한 집이라는 데서 잘 드러난다. 여기는 최소한 시인으로부터 위로 몇 대와 아들, 손자에까지 이어지는 어떤 연속성에 대한 기대가 배면에 함축되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남해군 고현면에 이제 시인이 마련한 가족이 될 것이라는 약간의 암시가 작용한다. 즉 시인은 수구초심을 위에서 내려 받은 그대로 후대로 내려 주고자 한다. 거기에는 남해라는 삶의 거점으로서의 고향이 엄연히 존재한다. 삶의 중심에 고향, 아니 현재 생생한 현실로 마주하고 있는 남해를 시-공간의 최선이자 최후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마저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박정규 시인은 이번 시집을 시인으로서의 자기 성찰을 지속하려는 노력(항심)의 일단과 고향 남해를 새롭게 기록하고 싶은(애향심) 열정으로 엮어냈다. 지치지 않고, 옆길이나 뒤돌아보지 않은 그 자세가 이미 그의 본성의 일단을 드러낸다. 시인은 자기 본성과 성찰의 내용과 열정적 희망을 한 곳에 투사하고자 한다, 내 고향 남해가 그 시도를 통해 더 빛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그 자세가 한국 시단에도 귀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끝으로 이번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심사위원-백인덕, 남태식, 장종권,

 

 

수상소감


인간의 삶이란 몸과 마음 모두가 동전의 양면처럼 한 덩어리로 중요하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전한 마음이 생기듯이 건전한 마음에서 또한 건강한 육체가 유지된다고 생각한다.

2020년 경자년 새해 모두의 해돋이 소원과 소망들이 무색하게도 새해가 출발하자마자 코로나19로 온 지구가 떠들썩하다.

작금의 우리나라에서는 더욱이 감염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서 온 국민이 불안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본인이 살고 있는 보물섬 청정 남해()에서도 확진자가 발생되어 작은 공동체가 불안과 적막으로 변해가고 있다.

고도의 산업사회, 지구가 단 몇 시간으로 왕래 되는 시대에 유해 바이러스는 무엇보다 무서운 재앙이 되어버렸다.

건강한 개인주의가 건강한 공동체를 이끌어 가야하는 시대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토록 불안에 술렁이는 지금.

2019년도 리토피아문학상 수상이라는 벅찬 소식을 접하고서도 어쩐 일인지 무덤덤하다.

돌이켜보면 어쭙잖은 시를 써 온지도 20여년이 지났지만, 2003년 등단 때 받은 신인상을 빼고는 글에 관한 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터라 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시를 쓴다는 것이 스스로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는 것은 자명하다.

무슨 정규 관련학과교육을 받은 이력도, 창작교육을 받은 적도, 계보도, 동아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로지 어려운 시기를 벗어나려는 방편으로 스스로에 대한 마음의 치유가 지극히 필요했으므로 시를 벗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 안에서 처음에는 시인이 무슨 빛나는 명패라고 들떴던 적도 잠시 있었다.

하지만 예순이라는 나이를 쌓아오는 동안, 나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걸어온 길이 몇 번이고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지도 모른다.

우리들 주위에서 언제 또 더 큰 유해바이러스가 득실거릴지도 모르는 현실이 두렵고 무섭다보니 오늘 아침 환한 햇살과 함께 춤추는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 그리고 파아란 마을.

포근하고 싱그러운 내 곁의 풍경화가 너무나도 아름답고 감사하다.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바지락, 불통조개, 모시조개, 꼬막, , 망둥어, 엽낭게, 비단고둥, , 낙지, 문어, 망둥어, 갯지렁이...

자연 벗들과 함께 노니는 삶이 나에게는 과분하게 큰 축복이다.

작게 산다는 것이 패배이고, 회피이고, 수줍은 일이 아니라는 것도 또 하나의 진리라는 사실을 일깨어준 갯벌과 책과 고독과 사색에게 늘 고맙게 생각하면서...

갯벌에 버려지는 나의 하찮은 글을 주워 세상 밖으로 선보이게 하는 장종권 스승님께

감사드립니다./박정규

 

 

작품

강진바다* 윤슬 외 4

 

 

강진만의 아침 바다는

잘 다림질한 물방울 원피스 같아서

빈센트 반고흐 아몬드 꽃처럼

영혼을 담은 한 폭 시원한 유화 같아서

어미에서 태어나는 세상 첫 옹알이

비눗방울처럼 반짝이는 진한 바다

찰랑이는 파도송이

둥지에서 먹이 찾는 새들의 부리 같아서

밤새 쏟아 놓은 시름들

반짝반짝 씻어 집어등에 걸어 말리는

한 점 허기 없는

맑은 아침끼니 한 사발 같아서

 

*경남 남해군 강진(바다).

 

 

 

 

몽돌

 

 

수억만 년 전 겨울

지구가 열병을 앓았을 성 싶다.

심장이 박상 같이 터져

안나푸르나 바위가 되었다고 본다.

수수만년 후 여름

보물섬* 몽돌해변

출렁대는 파도의 속살에서

찰랑대는 심장을 건져 올린다.

긴 여정 득공의 도를 넘어

박동소리 따사롭다.

이식하고 싶은

말랑말랑한 당신의 결.

 

*경남 남해군의 애칭.

 

 

둥근 시간

 

 

몇 날을 주무시던 어머니가

 

열꽃처럼 번지는 생의 여분을

마치 주문처럼 열었다

달토록 그리던 아버지를

울타리처럼 둘러선 자식들의 글썽임 속에서

가느다란 숨결로 만난 것이다

토끼풀꽃반지 끼워주던 분홍빛 시간으로

육십년을 환생처럼 고무줄로 당겨

고무줄놀이 하던 그 계집아이가 되고 만 것이다

싱글 뛰고, 벙글 뛰고

눅눅한 병실을 안마당 놀이터로 만드신다.

째깍째깍 초침의 끝자락에서

고운 어머니의 둥근 시간을

애벌레처럼 갉아먹은 자식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마당놀이 관객이 된다

수천 년을 누워 있는 백두대간 허리처럼

아프다는 말 한마디 않던 어머니가

이제 그 아픔마저도 잊은 채

싱글 뛰고, 벙글 뛰며

자식들을 위해서

마지막 춤사위를 벌리신다.

우리 집 닭은 어머니다

우리 집 닭은 나이가 많다.

유년의 닭장 속 알둥지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있다.

도시락 속 꽁보리밥에

들국화처럼 예쁘게 수를 놓아

가난과 존심을 가려주던

어머니의 사랑을 품고 있다.

학교 앞 구멍가게 붕어빵에 눈멀어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가

자갈길에 넘어져 옷 범벅 들통 나

아버지가 준 종아리 상처는

어머니의 약손과 동갑내기다.

우리 집 닭은 어머니다

허기진 자식 안쓰러워

눈물만 훔치다 몰래몰래

계란을 용돈처럼 낳아 주었다.

눈시울 붉어지는 지천명

자꾸만 굽어가는 어머니의

그 따뜻한 사랑을

석양빛 닭장에서 본다.

 

 

 

 

동동구리무

 

 

어릴 적 겨울은 길고 아팠다. 올망졸망 하반신이 부챗살로 뻗은

아랫목은 배가 불렀지만, 아랫목은 아랫목이 아니었다. 밤이면, 봉창 문풍지 마대자루가 둥둥 북을 쳤다. 아버지는 헛간에서 떨었고,

어머니는 정지에서 시렸다. 낮이면, 철없던 나는 스케이트 놀이로,

논두렁 쥐불놀이로 하루해를 서산에게 주고 거북등짝 같이 언 손과

바꿔 왔다. 아버지 몰래 뒤란에서 따슨 물로 만져주던 어머니 손이

더 파랬다. 동동구리무 발라 호호 불어주던 손 아프지 않았다. 손금처럼 지워지지 않는 아련한 그 결. 가슴 속 등신불 같은 흑백사진 한

, 파마머리 동동구리무 바른 봉선화 닮은 젊은 적 고운 어머니, 언제나 웃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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