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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화

싱크홀

 

 

펼친 수건으로 가슴을 가린 채

사람 없는 구석자리를 찾는 여자

수건을 내리자 등허리가 구부러진다

왼쪽 가슴에 생긴 깊은 구멍 하나

무너진 상처를 발견한 사람들은

거울 너머로 여자의 몸을 훑어보고

대놓고 멈춰 서서 들여다보기도 한다

 

오래된 땅의 지층이 어긋나 지하수가 빠지면

순식간에 뚫린다는 도시의 싱크홀

가던 길을 멈춘 사람들의 시선이

사라진 땅과 건물을 찾으며

꺼진 자리를 한참이고 더듬는다

 

가게 문을 두드리던 빚쟁이들의 고함소리

배달 나간 뒤로 영영 돌아오지 않는 아빠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침묵 했던 나의 사춘기

물기 없는 살결은 깊게 패인 주름으로

균열이 일어난 지 오래다

MRI 필름 속 하얀 종양은 한꺼번에 떠올랐다가

한꺼번에 주저앉았다

 

오늘따라 더 움츠러든 어머니의 등을 밀며

미지의 구멍 아래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땅속처럼 아득한 엄마의 자궁 속

하나의 물줄기로 가라앉아 있던 나

새벽마다 남모를 울음이 고였을 저 가슴 속이

더 크게 뒤틀리고 갈라지기 전에

함몰된 싱크홀 안에 들어가 잠들고 싶다

 

 

 

 

골목의 허물

 

 

중심 잃은 회전의자가 편하게 드러눕고

본체 잃은 모니터가 햇볕을 수신중인 고물상

낡고 부서진 것들이 모이는 이곳에

오늘도 허름한 발걸음이 하나 둘 모여든다

 

지는 해가 저녁을 마감할 무렵

골목의 허물들을 주워 모으는

할머니들의 유모차 부대가 마당에 몰려든다

운이 좋은 날, 보일러통이나 세탁기 냉장고가

입고 있던 종이상자를 바닥에 깔고

술 취한 입술들이 연주하던 공병과

식물의 오줌을 받아내던 플라스틱 꽃받침까지

한 가득 리어카를 밀며 들어오는 할아버지

여기에 하루치 걸음과

구부러진 허리 통증을 덤으로 얹으면

저울에 떠오르는 하루의 무게,

눅눅한 신문지는 손주 녀석 크레파스로

신김치를 곁들인 막걸리 한 병의 여유로 환산된다

 

어쩌면 쓰레기를 주워 오는 사람들은

버려진 것이 새 숨을 쉴 수 있는 보물이라는 걸

몰래 알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

김 씨는 햇볕이 더 세게 내리쬘 때마다

주름진 폐지에 물을 뿌리느라 정신이 없다

공병이 고대유물 술잔보다 귀하고

컴퓨터에 붙은 모터가 빛나는 진주알이 되는 곳

날마다 곰삭는 김 씨의 무릎과

곰팡내를 더해가는 고물상의 종이들처럼

어제보다 조금 더 낡아가는 하루

나사 빠진 듯 바람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스친다

 

 

 

 

반달가슴곰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한 낮

흘린 땀을 염분제 몇 알로 보충하고

인부들이 인공 숲을 짓는다

목 늘어난 난닝구 사이로 보이는 시뻘건 가슴팍

이 숲에 사는 사람들은

가슴에 붉은 반달 하나씩 품고 있다

 

페인트 향이 풍기고 시멘트가 울창한 숲

서식지를 찾아 떠도는 반달가슴곰들은

올여름 늘 푸르다는 아파트 숲에 자리를 틀었다

공중으로 널빤지를 나르는 곰들

철근을 낚아채며 사냥을 쉬지 않는

손바닥에 두툼한 굳은살이 덧대지고

팔뚝엔 언제나 힘줄이 솟아 있다

쉬지 않고 자재들을 나르다 보면

자신도 방 한 칸 얻을 수 있을 거란

미련한 곰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안전장비 없이 투명한 이파리 창문을 달던 동료들이

사방으로 뻗은 철골 가지를 타고 오르다

한둘씩 미끄러져 숲에 머리를 박기도 한다

떨어진 동료들 생각에 낮달을 보며 우는 곰이

식은 국밥 대신 달빛처럼 희뿌연 막걸리를 들이켜고

맹렬하게 숲을 데우던 여름밤은 결국

사내들의 가슴팍에 조등인 양

붉은 달을 새겨두었다

 

드릴 소리가 느슨한 오후에 구멍을 뚫고

곰들은 다시 일어나 벽돌을 나른다

반지하 동굴 아래 찬밥을 떠먹는

자식들과 배부른 아내, 생각하며 한 계단 한 계단

벽돌보다 무겁게 가슴팍을 짓누르는 폭염에

붉은 달을 품은 곰, 허공에 낮달을 띄우며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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