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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16
-프로쿠루스테스의 후예*


그는 어떤 모양이든 네모로 만들 수 있는 마술사다. 안절부절 정과 네모 틀로 그의 세계를 네모로 만든다. 그는 지구가 네모였던 시대에서 왔다. 그의 세계에는 다른 모양을 가질 수 없다. 아내가 세모로 생각하고 동그라미로 행동하면 평온이 깨진다. 그의 안절부절 정이 고개를 내밀어 세모난 아내의 생각을 쪼아내고, 동그란 아내의 행동을 네모난 틀에 넣어 네모로 성형한다. 딸의 팔각형 생각을 쪼아내고, 아들의 육각형 생각도 쪼아내어 네모로 다듬는다. 그는 네모난 건물로 출근하고 네모난 사무실과 네모난 책상에서 네모난 모니터로 일을 한다. 그의 책상 위 각 맞춘 반듯반듯한 사각형 서류들의 행렬을 보면 마음이 평온하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세모, 동그라미, 육각, 팔각의 생각들이 들어차 마름모로 기울어진 집을 안절부절 정으로 다시 다듬기 시작한다. 그의 손에 성형되고 다듬어진 갖가지 모양과 생각들이 네모로 줄 맞추어 늘어져 있다. 불안한 그의 세계가 다시 평온하게 흘러간다. 그의 가족들은 네모로 구겨져 숨죽이고 있다.





*프로크루스테스: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괴물 지나가는 여행자를 잡아 자신의 쇠 침대에 누이고 짧으면 침대에 맞게 늘이고 크면 침대에 맞게 잘라버려 사람들을 죽였다. 테세우스에 의해 자신이 여행자들에게 했던 그 방법과 같은 방법으로 죽임을 당함.




2010.07.22.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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