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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영국의 백작부인인 고다이바 그녀는 백작인 남편이 소작인들에게 가혹한 세금을 부과하자 용기 있게 나섰다. 알몸으로 말을 타고 거리를 한 바퀴 돌면 세금을 경감해주겠다는 남편의 제의를 받아들여 과감하게 거리로 나선다.


간다. 그녀가 간다. 알몸의 고다이바 그녀가 간다. 분홍으로 물든 ,분홍으로 꽃핀 그녀가 달린다. 긴 머리는 가슴을 가리고 타닥타닥 말 달린다. 살 풋 고개 숙인 분홍의 몸짓으로 말을 달린다. 그녀의 몸짓에 감동 받은 집들이 약속한대로 눈을 감는다. 눈감은 거리가 고요하다. 눈 감은 집들이 기도한다. 그녀가 무탈하기를 약속한다. 거리의 깨진 창틈에서 단 한 명 톰의 호기심만이 약속을 깨고 굴러간다. 데구루루, 데구루루 정신없이 구른다. 그녀가 지나는 길 위로 구르는 톰의 호기심이 핑핑, 통통, 통 튀어가 그녀를 훔쳐본다. 발갛게 물든 그녀가 긴 머리로 가슴을 가리고 살 풋이 말 달리고 있다. 그녀의 한걸음 한걸음에 거리의 집들은 세금이 줄고, 내려앉은 어깨는 가벼워진다. 노란 햇살이 초록의 미소로 환호하는 거리를 아름다운 그녀가 간다. 깨진 창틈에서 훔쳐보던 톰의 호기심이 핑핑, 통통, 통, 튀어가다가 모두의 눈총으로 몰매를 맞는다. 까무룩 쓰러졌다 깨어난 톰의 호기심, 더 이상 앞을 볼 수가 없다.


전설 속에 전해 내려오는 고다이바부인(Lady Godiva,1040~1080)의 이야기에서 유래한 피핑 톰(Peeping Tom)의 일화다.


2010. 07. 29.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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