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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이현미

올 여름, 가만히 있어도 불에 데인것처럼 뜨겁고 목 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땀 흘린 것을 보충하고 원기를 회복할 요량으로 양산을 쓰고 마트에 간다.
마트에는 많은 사람들이 카트를 앞세우고 닭 판매대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박리다매용으로 아무런 가림막 없이 나체끼리 웅크린 채 기마전 자세로
차곡차곡 포개진 닭, 하얀 스치로폼 위에 엉덩이를 하늘로 쳐들고 랩으로
친친 동여맨 닭, 우아한 닭 실루엣 모양을 본 뜬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덩치가
제법인 인삼먹인 토종닭, 기타 등등으로  닭볶음용으로 토막 낸 닭, 고기 맛을
아는 이를 위한 날개만 모아놓은 닭, 느끼함을 제거한 껍질 벗긴 닭, 다이어트를
위한 팍팍한 닭가슴살, 튀김용으로 튀김가루를 묻힌 닭 , 다양한 용도의 닭들이
하얀 형광등조명 아래 손님의 선택을 기다리며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 닭들은  어젯밤 산부인과에서 모두 자궁을 들어냈고 ,목과 발이 없다 .
,
사람들 ,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이리저리 눈알을 홱홱 굴리며 어떤 놈을
고를지 목하 고민 중이다. 힐끗 가격대를 확인하고 생긴 허우대를 훑어본다.
각자 가격과 취향에 맞는 놈을 골라 떡하니 카트에 앉히고 흐뭇하게 바라본다.
선택된 닭들은 계산대를 지나 영수증 주인 비닐봉지에 담겨  주방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