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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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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산
댓글 0건 조회 1,346회 작성일 10-07-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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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7


그녀의 일과는 자판기에서 율무차를 뽑는 것으로 시작된다. 직원들의 출근시간에 맞춰 1층에 내려와 율무차 주세요, 율무차 주세요. 를 반복한다. 동전을 꺼내어 율무차를 뽑아주면 언니 이뻐, 제일 이뻐를 연발하고, 점심 먹고 내려와서는 원장님 율무차 주세요. 어리광을 핀다. 오빠 멋져, 언니 젤 이뻐를 반복하며 그렇게 그녀는 매일 율무차를 마신다. 어쩌다가 다음에 마시자고 하면 자신의 요구를 들어 줄 때까지 병원이 떠나가도록 엉엉 운다. 시끄럽게 울어 제치는 자신을 달래느라 다시 또 율무차를 뽑아 주리라는 걸 그녀는 안다. 한참을 실랑이하다가 신나는 음악소리가 들리면 엉덩이를 씰룩거리고 두 팔을 휘적휘적 저으며 아싸, 아싸, 춤을 춘다. 병원 축제에도 빠지지 않고 나와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르고, 연신 엉덩이를 씰룩이며 춤을 춘다. 그녀는 축제의 분위기 메이커다. 지칠 줄 모르는 열여덟 그녀의 신명이 표정 없는 얼굴들을 잠깐씩 펴지게 한다. 수가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간다고 울면서 떠나던 날, 그녀의 모습 뒤로 닫히던 문소리가 삐거덕대며 텅, 텅, 텅, 소리를 낸다.



2010. 05.17.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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