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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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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산
댓글 0건 조회 1,354회 작성일 10-07-0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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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9


벚나무 그늘을 왔다 갔다 하며 그가 걷고 있다. 며칠 전에는 휠체어에서 일어나서 한참을 서 있다가 앉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했다. 그 얼마 전에는 햇살이 따스하게 비추는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목발과 휠체어가 놓여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휠체어에 앉아 한쪽 팔로만 움직이던 그였다. 그 전에는 휠체어에 앉아 밖으로 나오는 것도 불편한 몸이었다. 두 달 전에는 전신마비로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그가 움직인다. 멀리 휠체어를 두고 천천히 걷는 그를 따라 그림자도 따라한다. 한참을 연습하던 그림자가 천천히 휠체어에 다가와 앉는다. 발병 처음 자고 일어났는데 온몸에 힘이 빠지고 움직일 수 없어서 병원에 갔더니 세균성 바이러스 감염이라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포기했었다. 일어나야겠다는 일념으로 계속 움직이고 운동하고 있어 점점 좋아진다. 좋아지는 속도가 분침이 움직이듯 잘 느낄 수 없을 만큼 조금 좋아지다 정지하고, 좋아지다 정지하면서 이제는 걷고 있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다른 사람의 휠체어를 밀던 그, 환하게 빛나는 햇살 속으로 떠났다. 미처 챙기지 못한 그의 그림자가 허겁지겁 뒤따르고 있다.


2010.06.23.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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