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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치산
댓글 0건 조회 1,402회 작성일 10-07-05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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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그의 손 안에서 그녀의 눈이 돌아가고 있다. 빙빙빙 삼박자로 돌아가던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 뜨는 사이 그녀의 눈은 비둘기로 날아오른다. 탁탁, 그의 지팡이가 비둘기를 장미꽃으로 만드는 사이, 그녀의 눈은 캄캄한 상자 속에 갇혀서 삼등분으로 나누어진다. 그의 손끝에 찔린 그녀의 눈이 발을 내밀고 손가락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눈엔 지금 이 세상은 진짜다. 속삭이듯 환한 눈웃음을 지으며 최면을 건다.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녀는 쇠사슬에 묶여 자물쇠로 잠겨있다. 짧은 시간 동안 화려한 탈출을 시도한다. 쇠사슬이 더욱 옥죄어 온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녀의 눈은 색색의 손수건이 되어 줄줄이 쏟아진다. 다시 그녀의 눈이 깜빡 감겼다가 뜨는 사이, 그의 모자 속에서 꽃가루로 흩뿌려지는 그녀의 눈은 천 개의 별가루가 되어 다닥다닥 이어진 판자촌 위, 은하수로 흐른다. 밤의 도시는 아름답다.

2010.06.04.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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