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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2


몇 잔의 커피가 하루를 만든다. 모카향을 들고 밖으로 나와 흰연기로 긴 하루를 피워 올린다. 큰 길을 구르는 시간들이 잠시 들렀다가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를 만나러 우편물들이 가끔 온다. 그가 있는 병동이 그의 주소다. 전화요금 고지서가 오고, 자동차세 고지서가 오고, 자동차 환경개선부담금 고지서가 오고, 그의 이름을 달고 많은 우편물들이 병동으로 문안 온다. 그의 집은 여기다. 요양원에 있다가 병동으로 온 뒤 자판기의 고장이 잦다. 등급을 올려 다시 요양원으로 가야 하는 그의 초조가 자판기 고장의 원인이다.  몇 번 수가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가 되돌아 와서는 아직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도 자판기가 말썽이다. 요것 봐라, 돈만 좋아해. 꿀꺽하고 아무 것도 나오지 않잖아. 아까운 동전만 꿀꺽해. 참아왔던 불만의 망치들이 자판기를 두드린다. 다시 또 한참을 구시렁구시렁 두드려 봐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다. 그렇게 여러 번 눌러 앉아 있다가 다시 또 다른 병원으로 가려고 원무과에 오지만, 아직 그의 주소는 그가 있는 병동이다. 오늘도 전화요금 고지서가 오고, 세금 고지서가 오고, 카드 명세서가 오고, 그의 이름을 단 많은 우편물들이 병동으로 문안을 온다.


2010. 05.06. 정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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