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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나라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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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미
댓글 1건 조회 2,566회 작성일 10-09-2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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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나라 결혼식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장내에 계신 하객 여러분!
박 호순 양과 양 호동 씨의 성대한 결혼식을 거행하겠습니다.
신랑신부가 입장할 때 우레와 같은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신랑이 보무도 당당하게 두 팔을 휘저으며 식장 앞으로 걸어 나온다.
딴 딴 딴 ,딴 딴따라라 딴. 딴. 딴. 신부가 늙은 호박 아버지의 팔짱을
끼고 서서히 드레스를 끌며 입장할 때 객석에서 많은 박수가 쏟아진다.
늙은 호박은 젊은 호박에게 딸을 인계하고 눈물을 훔치며 되돌아 나온다.
한편, 젊은 호박은 어여쁜 호박의 양팔을 부여잡고 어느 쪽에 팔짱을 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며 결혼식 하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안경 낀 이 대팔 씨의 주례사가 진행되는 동안 객석 여기저기에서 주례의
가리마를 보고 킥, 킥 웃음이 삐져나온다. 주례사인즉슨,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병들었거나, 늙었거나 평생 서로 사랑하고, 애호박들을 주렁주렁 잘
낳고 늙은 호박이 호박죽이 되는 그날까지 행복하게 잘 살라는 그런 말씀
이시다. 마지막으로 비슷하게 생긴 호박가족들의 가족사진촬영에 이어
모양이 각기 다른 친구나 지인 호박들의 사진 촬영으로 결혼식이 끝났다.
꽃과 풍선, 깡통으로 장식한 호박벤츠를 타고 호박나라의 볼거리가 많은
강원도로 신혼여행을 떠난다. 가로등도 밤안개에 취해 졸고 있는 뿌연 밤,
호동 씨는 호순 씨와 어울렁더울렁 얼크러져 몸 구석구석을 핥아 주고,
비벼주고 꽃가루받이가 한창이다. 호동 씨의 지칠 줄 모르는 사랑에 호박
넝쿨은 수줍어 꽃잎을 배배 비틀고, 오무린 호박꽃 가랑이사이로 엄지만한
애호박들이 쑤욱 머리통을 내밀며 하루가 다르게 올망졸망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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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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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춘님의 댓글

김 춘 작성일

ㅎㅎㅎ 재미있어요...보고싶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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