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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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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이현미
더미네 가족은 오늘도 승용차에 올라 전속력으로 파멸의 벽을 향해 질주한다.
아빠는 핸들에 머리를 박아 고개가 꺾이고 ,엄마는 갈비뼈가 심하게 으스러졌다.
더미의 몸은 앞 유리를 뚫고 날다가 우지끈 여러 조각의 파편들로 나누어진다.
바닥에 흥건히 검은 피가 고이고, 뇌의 말주머니가 풀어지며 말이 새나온다.
공기 같이 가벼운 말은 새털구름에게 날아올라 실없이 농담을 주고받는다.
논리적인 말은 바위에 걸터앉아 사고현장을 바라보며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미완성인 거친 말은 몸 밖으로 튀어나오다 차바퀴에 깔려 행이 잘려나갔다.
바람에 뒤집힌 단어와 문장들이 알 수 없는 암호처럼 허공을 떠다니고 있다.
뇌가 유산한 말들이 뭉텅이로 휘발되며 도로를 검게 물들이며 퍼져나간다.
풀린 동공에 포착된 말들을 잡으려 손을 뻗어보지만 손에 잡히는 것이 없다.
도로를 적시는 피가 응고되어감에 따라 단어들도 모두 두개골을 빠져나간다.
점점 생각이 굳고, 혀가 굳고, 동공이 깜박임 없이 말에 고정된 채 굳어간다.
*더미: 실제 교통사고의 느낌을 파악할 수 있도록 사람과 똑같이 만들어
자동차 충돌실험에 이용되는 인형
댓글목록

장종권님의 댓글
장종권 작성일
첫 연을 실제의 사고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풀어나가야 할 듯.<br />
너무 리얼한 사고라 인간미가 위험해지는 상황.<br />
사람이나 생명체가 아닌 다른 물체로 돌려봐도 될 듯한데.<br />
나머지는 좋은

이현미님의 댓글
이현미 작성일1연 고쳐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