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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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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외할머니가 살던 시골집이 음식점 벽면으로 이사 왔다.
외할머니는 삶은 메주콩을 돌절구에 넣고 콩콩 찧는다.
짓이겨진 콩을 손바닥으로 찰지게 두드려 모양을 낸다.
각이 진 메주를 새끼줄에 매어 처마밑에 줄을 세운다.
메주 한켠에는 마늘더미를 동무삼아 야무지게 매단다.
놀러온 바람이 메주와 마늘을 그네에 태워 힘껏 민다.
메주의 벌어진 틈새로 들어간 바람이 코를 쥐고 나온다.
마늘의 묶여진 머리를 만지고 나온 구름이 재채기 한다.
할머니의 구멍난 뼈를 지나온 바람은 서리만큼 시리다.
바람에게 콤콤함을 전해준 메주는 몸이 누렇게 말라간다.
구름에게 매운맛을 보여준 마늘은 머리가 하얗게 새어간다.
할머니는 메주와 마늘을 처마에 매달며 쭈글쭈글 늙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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