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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그리고 돌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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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산
이현미
동트기 전, 서둘러 오는 아침 햇살이 떡갈나무 숲에 닿는 순간,
어둠이 빗장을 채운 가지위에서 까치발을 세워 마중하는 까치.
밤을 달려와 졸리운 버스가 굼실굼실 내뱉는 누에같은 사람들.
투명한 살얼음이 곡선을 그리며 단풍을 따라 늘어선 계곡가에,
단풍을 보러온 사람들이 오색단풍보다 더 붉고 분주한 가을산.
낭창한 가지의 손짓에 굽은등을 돌려 단풍을 업어주는 구부능선.
가을이 차린 맛깔난 오색나물 반찬으로 화려한 눈보시 하고,
공양간의 마당에 실뱀처럼 풀어져 입보시를 기다리는 행렬.
그사이, 서쪽에서 먹구름이 몰려와 금새 안색이 변한 가을산.
비바람에 패어 뭉그러진 얼굴에 무겁게 떨어지는 소낙비를 맞고,
입술이 파리해진 돌부처의 알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는 단풍.
부처에게 체온을 나눠주고 채찍비에 살점이 찢겨 붉어진 가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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