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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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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미
댓글 0건 조회 2,229회 작성일 11-01-2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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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이현미

어느 순간부터 너를 보지 않고도 살 수 있게 되었어.
앞에서 다른 것들을 챙기느라 너 따윈 까맣게 잊었지.
나에게 버려진 넌 내 아이에게 찾아가 너의 존재를 알렸지.
아들이 네 살 무렵 ,자기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 시커먼
널 보고 놀라서 자지러지게 울며 놀이터를 뱅뱅 맴돌았지.  

나이가 사십이 넘어가면 세상에서 눈을 돌려 자신을 본다고 해.
일명 개별화라고 한다는데. 글쎄, 개별화라는 걸 해보려고
주위를 둘러 본 순간 네가 없어진 걸 이제야 깨달은 거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무엇, 채워지지 않는 야성의 굶주림.
모두 너였던 거니. 그렇게 내팽개쳐 진 채로 전파를 보낸 이가.

널 잃은 후로는 ,아니, 버린 후로는 눈썹을  짙게그리고
눈두덩이에 섀도우를 펴 바른 페르소나와 함께 지냈지.
얘는 나에게 이중생활을 강요해서 아주 피곤한 녀석이지.
밖에서의 나, 집에서의 나를 구별할 줄 아는 영악한 놈이야.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어쩔 수 없이 함께 집을 나서야 해 .

조종당하며 사는 것이 싫지만, 마법의 주문을  풀 수가 없어.
약효가 떨어져 마법이 풀리려는 순간, 더 강한 바이러스를 품은
노란 주사액이 든 주사바늘을 몸 속 깊숙이 푹 찔러 넣는 거야.
약 기운이 온몸으로 고르게 퍼지면 더욱 온순하고 고분고분 해져.
이 주사가 너와함께 술래잡기하던 에덴으로 날 데려다 주거든.


그림자(음영, 섀도우):동물적본성이나 의식하기싫은 자신의 부정적인면
페르소나: 개인이 외부에 표출하는 이미지. 가면, 사회적 역할과 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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