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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하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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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하루.2
이현미
어젯밤 늦게까지 티비를 시청하고 새벽녘에야 잠자리에 든다.
핸드폰 세 개에 알람을 맞추고 꼭 일찍 일어나리라 다짐한다.
전기장판 속에 몸을 밀어넣고 남편에게 찬발을 녹이니 졸립다.
알람 세 개가 정신없이 우는데도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한 시간째 울어댄 마지막 알람의 꼬리를 잡고 한쪽 눈을 뜬다.
나른하게 전기그릴에 놓인 생선처럼 몸을 위아래로 뒤집는다.
오늘도 눈이 내리고, 유리창너머로 안방을 쳐다보는 눈이 있다.
티비가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눈발이 한반도전역을 덮고 있단다.
집에 있는데도 등짝이 시리다. 패딩잠바를 입는다.
아랫도리가 서늘하다. 기모가 있는 내복바지를 입는다.
발이 시리다. 두꺼운 수면양말을 찾아 신는다.
여자는 올 겨울 일하러 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통째로 담근 멸치젓을 칼로 뚝뚝 잘라 다지고 갖은 양념을 한다.
조기는 비늘을 벗기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노릇하게 구워낸다.
친정에서 보낸 김장김치를 대가리만 떼고 손으로 쭉쭉 찢는다.
머리카락 같은 매생이에 굴을 넣고 참기름을 두어방울 떨어뜨린다.
남편과 아이를 깨워 손을 씻게 하고 식탁에 둘러앉힌다.
젓가락과 수저가 부지런히 남편과 아이의 입속을 들락거린다.
식구들의 입속에서 친정엄마가 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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