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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이성필/휘파람 불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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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이성필/휘파람 불다 외 1편
이성필
휘파람 불다
부러진 언덕 위에 올라 휘파람을 분다.
힘이 들지 않아 괜찮다.
잃어버렸던 책가방이 아직도 놓여 있다.
슬픔도 돌아보면 반갑다.
어떤 구석은 어두워지고 어떤 구석은 환해진다.
세상은 지루해서 묵은 술을 마실 때도 있다.
툭툭 입질하다가 기어이 낙화가 어깨를 친다.
짐을 풀어놓은 어깨에서도 툭툭 소리가 난다.
숨차게 언덕에 올라 휘파람 길게 불고 나면
아무렇게나 먼 데로 낙화는 떨어진다.
딸아이의 귀가
나는 혼자인 절름발이 헤파이스토스다.
거칠 것 없이 들판으로 가야 한다.
아내 잠 깨지 않도록 문지방에 앉아 있다.
다리가 휘고 팔이 구부러지고 머리가 하얘지도록,
꽃길만 걸어요, 노래를 부르며 딸아이가 귀가한다.
*이성필 2018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한밤의 넌픽션』. 본지 편집위원.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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