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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문현숙/남동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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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90회 작성일 20-01-2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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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호/신작시/문현숙/남동생 외 1편


문현숙


남동생



미용실 의자에 앉은 그,
빛바랜 중년 머리에
무척 푸르고 앳된 젊음을 얹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가볍게 한숨 쉬며 내게 귀엣말을 한다


“이제보니 꼭 느그 아부지 닮았네 ”


어머니는 서러운 아버지를
세숫물처럼 왈칵 쏟아버린다
나잇살이 불어터진 삼대독자 아들과
초콜릿의 치명적인 단맛에 빠져든 손자,
그리고
연탄재처럼 뭉개진 남편이
노모의 듬성한 기억 속에서 질주하고 있다


좁고 가파른, 때로는 졸음에 겨운 인연들이
다닥다닥, 붙들려 있는 오후
물기 젖은 눈시울 애써 감추며
저물어가는 창, 밖, 고개 돌리시는 어머니
참 멀리도 가버린 청춘의 민낯 위에
싸락눈이 내리고 있다







나를 잠그면 네가 보인다


그가, 앞에 놓인 TV를 열 때
등 뒤에 앉은 나는 잠겼다


앞을 가로막고 앉은, 그의
안과 밖이 궁금하다면
그의 마음 중간쯤에 흐르는
전파처럼 들락거리면 된다


천천히 그를 삼키는 TV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
밖으로만 밀려가는 나


그를 잠그면 내가 열리지만
그는 전파처럼 내 속으로
흐르지 않는다


오늘도 그는, 나를 잠그고
TV속 그녀를 연다





*문현숙 2018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저서 『부자 완두콩의 오중주』, 『아름다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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