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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이상은/적당한 저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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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이상은/적당한 저녁 외 1편
적당한 저녁 외 1편
이상은
집으로 가는 저녁
적당히 차가 밀리고
적당히 사람들이 떠나가고
적당히 붉어지기로 한
완벽한 저녁
버려진 짐승처럼 앉아서
떠나가는 것들이 떠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
붉어진 신호등을 건너면
저 저녁 안으로 스며들 수 있을까
안녕
적당히 이별을 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붉었다고
우호적이지 않은 신호등이 흔들린다
아마 집으로 가야할 것 같다
개
어쩌자고
태어나 첫 걸음부터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바닷바람에 쫓기듯
불안한 눈망울
수평선 저 끝을 바라만 보고 있다
저 곳은 내가 그리는 세상
채송화랑 과꽃이
물결 따라 피어있는 곳
파도가 물의 끝
가장 먼데까지 갔다 왔나보다
빈 조개껍질이 덩그러니 당도했다
뭐라도 움켜잡으려는 듯
집게손가락이 단단한
모래사막을 횡단하는 게 한 마리가 산다
*이상은 2012년 《문학과의식》으로 등단. 시집 『어느 소시오패스의 수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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