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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특선/김을순/엉겅퀴 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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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13회 작성일 19-07-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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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호/신작특선/김을순/엉겅퀴 외 4편


엉겅퀴 외 4편


김을순



양지 바른 언덕에
진자주색 엉겅퀴꽃 피고 있다
반그늘에 살 때는 고독해 보이더니
양지 바른 곳 어울려 살고 있으니
근엄해 보이는구나
가시나 엉겅퀴야
닭의 뒷목을 닮아 계양초더냐
천 개의 침이 달려 있어 천침초더냐
가지마다 잎은 시퍼런 톱날 되어
생명의 땅 지키는구나





다랑쉬오름



갈대숲 외길 따라 올라간다
곶자왈 제주의 허파이고 심장이다
빗물은 허파와 심장을 지나
용의눈오름 속으로 들어가
땅속을 돈단다
생명을 틔우는 맑은 혈액의 젖줄
다랑쉬오름에 펼쳐진 억새꽃들이
몰아치는 바람에
목을 잘라 던지며 괴성을 지른다 
처절한 울음으로 달려간다
그곳에 누가 있을까
목이 잘린 갈대는 희갈색으로 
소복 하고 있다


바람에 쫓기듯 차 안으로 들고 들어온
자몽 아이스크림
들고 있는 손에서 갈대가 운다





섬마을



초겨울을 부르는 저녁이다
텃새도 처마 밑으로 날아든다
소나무숲에서 까만 바람이 불고 있다
솔잎을 흔들며 파도소리 만들고
차가운 밀물 소리가 몸을 움츠리게 한다
밤 그림자가 마을을 덮고 있다
파란 달은 서쪽으로 가면서
별들이 스산한 겨울을 말해준다
댕강댕강 별 부딪치는 소리
문 열고 들어서는 야윈 달빛
좌선도 명상의 자세도 아닌 채
한쪽 바람벽을 바라보고 우두커니 서 있는 나무
높새바람에 빈 나뭇가지 긁히는 소리
가랑잎이 구르는 소리
부엉이 날아와서 밤의 적막을 깬다





가을 이미지



훈훈한 바람이 볏논을 스치고 지나가면
누런 욕정이 일렁거린다
밤나무에 달린 성게들이 누런 알을 품고
모자 쓴 상수리들이 땅을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얼굴이 불콰해진 사과들마다 보조개가 깊게 패인다
조랑조랑 작은 대추는 씨가 있는 가문이라 뽐내고
다홍으로 물든 감나무들 나뭇잎 편지 뿌린다





친구야



협곡열차 타고
가을단풍 보러 가자 하더니
왜 소식이 없는 거야


나 병원에 있어 ㅎㅎㅎ
우는 거야 웃는 거야


꽃피는 봄에
꽃처럼 다가와서 나를 부를 때 
그저 고맙지
 
지난 가을 뒷들 산책이
마지막인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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