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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시집속의 시/천선자/고향에 있는 그리운 또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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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020회 작성일 19-07-08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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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시집속의 시/천선자/고향에 있는 그리운 또 한 사람


고향에 있는 그리운 또 한 사람
―고종만 시집 『화려한 오독』 중에서


천선자



“보고 싶다”
한마디 말만 쓴 채
호수에 뜬 반달만 그리고 말았습니다
“보고 싶다”
한마디 말만 쓴 채
물레방앗간만 그리고 말았습니다
“보고 싶다”
한마디 말만 쓴 채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기슭
외딴 집으로 걸어가는
한 사내만 그리고 말았습니다


―「편지」 전문


  요즈음은 클릭 한 번이면 지구 어디라도 단번에 편지를 보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우편배달부가 있어 빠르고 편리해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만큼 사람 냄새가 나는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어려운 세상이 되었다.
  편지, 하면 먼저 떠오르는 말이 고향이고 고향, 하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어머니이다. “보고 싶다” 고향의 어머니, 은비녀 꽂고 색동치마저고리 입고 꽃가마 타고 두메산골로 시집을 오신 어머니,  없는 살림에 자식들 먹이고, 입히며 손발이 다 닳도록 생무지에 남새 심고 곡식 심었다는 어머니, 아랫목에 한 번 앉아볼 시간도 없이 아등바등 살았다던 어머니, 자식들 걱정에 흰 머리가 늘어도 바라바리 싸주시던 그 어머니가 있던 고향의 품은 넓고 따스하다.  
  고향에 있는 그리운 또 한 사람이 유년시절 만났던 첫사랑이다. “보고 싶다”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내 가슴에 남아있네” 생각만 하여도 설레는 브끄러운 이름이다.
  편지를 통해 안부를 묻던 시절은 지나갔지만, 누구나 부치지 못한 편지 한 장쯤은 가슴에 묻어두고 있을 것이다. 물레방앗간에서 나눈 사랑을 한평생 가슴에 품고 사는 사내라면 “호수에 뜬 반달이” 자신의 반쪽이라고 믿었던 여인의 눈동자만 같아서 더욱 그리울 지도 모른다.
  “눈이 펑펑 쏟아지는 산기슭을 돌아가는” 백발노신사의 등이 쓸쓸하다.





*천선자 2010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도시의 원숭이』, 『파놉티콘』. 리토피아문학상, 전국계간지작품상 수상.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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