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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정승열/단풍잎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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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정승열/단풍잎 외 1편
단풍잎 외 1편
정승열
내 살은 예뻐요
엄마가 사다준 꽃신처럼요
그러니 살살 밟으세요
내가 바람에 살랑
떨어질 때,
살짝 허벅지 맨살을 보일 때,
가을 아침 싸늘한 산자락을 스칠 때,
살을 파고 새겨드는 맑은 눈동자
난 아주 수줍은 별이거든요
그러니 살살 누르세요.
그대의 몸무게를 감당할 만큼 만요
그대 사랑의 흔적이
발갛게 남겨질 만큼 만요.
난 아주 수줍은 소녀거든요
여백
하루 종일 뙤약볕에 남겨 놓은 하늘
석양이 만드는 신음
노을,
아직도
푸른 바다가 팔딱거린다.
그 바다를 열심히 쪼아 먹는
허기진 새
팔미도 등대에 불이 켜지고
무의도 산등에 홀로 뜨는 별
부두는 텅 비고
찾는 이는 떠나고
어쩔거나 이 허기진 밤을,
도무지
어두워지지 않는 밤을.
*정승열 1979년 《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새가 날개를 퍼덕여도 숲은 공간을 주지 않았다』, 『단풍』, 『단풍 2집』. 인천광역시 문화상, 인천예총 예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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