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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김참/마술사와 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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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김참/마술사와 나 외 1편
마술사와 나 외 1편
김참
그는 목 위에 붙은 얼굴을 떼어 손에 올린다. 나는 초록 잎 무섭게 돋는 나무 아래에서 하늘을 본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그는 비가 내리기 전에 마술을 끝내기로 결심한다. 그는 내 얼굴을 떼어 제 목 위에 붙인다. 그리고 제 얼굴을 내 목 위에 붙여준다. 이제 그는 내가 되고 나는 그가 된다. 우리는 초록 잎 돋는 나무 아래 서서 잿빛 하늘을 올려다 본다. 초록 잎 타고 내려온 빗방울이 우리의 머리카락을 적신다.
항아리
한낮의 박물관을 가로질러 간다. 어두운 복도에 구둣발 소리 울리며 뚜벅뚜벅 걸어간다. 아무도 없는 박물관, 유리로 막힌 진열장 안엔 오래된 항아리들 주인 없는 무덤처럼 줄지어 있다. 물결무늬 항아리 안에서 작은 아이 하나 걸어나와 아주 오래된 노래를 부른다. 나는 취한 것처럼 몽롱해진다. 아이는 내 손을 잡고 항아리 안으로 들어간다. 항아리는 박물관을 빠져나와 뭉게구름 따라 둥둥 떠간다. 개울과 들판을 지나 항아리는 바다가 보이는 울창한 숲에 내려앉는다. 떨어진 잎과 마른 풀들이 항아리를 덮는다. 항아리 속에서 단잠 잘 아이와 나를 덮는다.
*김참 1995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미로여행』, 『빵집을 비추는 볼록거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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