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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이병초/소금쟁이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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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이병초/소금쟁이 외 1편
소금쟁이 외 1편
이병초
어젯밤 텐트 속에서 빗소리를 베고 잤다
찌 한 번 올리고 소식이 끊어졌다는
비의 붓질을 입고
밤늦게까지 닭국물이 쫄아든 자리
담배 여러 대를 비벼 끈 자리
붕어 입질 기다리며
소주발 지폈던 자리도
빗소리를 베고 잤을 것이다
입질 없는 시냇물 속에 새벽별이 뜨는지 내가 그 속에 빠져드는지 헷갈릴 때쯤 비바람 누벼 입은 시간을 벗고 소금쟁이가 물금을 그었다
거미줄에 맺혀
잠을 깬 기척에
잔바람이 꽃잎의 목뒤며
등뼈 마디마디를 짚어갑니다
물먹은 글씨처럼 두꺼워지는 시간이
손끝에서 꿈틀거리는지
잔바람은 날빛을 혀로 감아
몸 갚음 하듯 꽃잎에게 되돌려 줍니다
어디가 아픈지 시원한지 마른 등을 바르르 떨며 가늘게 내쉬는 숨을 딱 멈추고 파다닥 튀어 오르려는 꽃잎! 잔바람도 숨을 멈춥니다 내게 올 수도 떠나갈 수도 없었던 날들이 댓잎 거미줄에 맺혀 글썽입니다
*이병초 1998년 《詩眼》으로 등단. 시집 『살구꽃 피고』, 『까치독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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