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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김서은/사소하고 개인적인 목요일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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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김서은/사소하고 개인적인 목요일 외 1편
사소하고 개인적인 목요일 외 1편
김서은
그가 나의 사이클 속으로 들어왔다 터지는 팝콘같이 달팽이관이 한 번씩 파닥거린다 태양이 구름을 녹이고 사라질 것 같지만 끊임없는 농담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배후가 아니다* 의자에 앉아 구름이 기우뚱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공복에 커피를 마시듯 목요일에 비는 오지 않았지만 어제의 예언들이 바스러져 갔다 구름을 맛보고 싶다 들었던 노래를 다시 들으며 당신의 침실은 달빛 넝쿨로 축축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몸은 활처럼 휘어져 우우거리기만 했다 밤새 눈꺼풀이 젖어드는 순간 혀를 돌돌 말아가며 지느러미를 핥아주었던, 장미는 비린내를 풍기고 골목은 시들어갔다 아주 사소하고 개인적인 구름이 내 속으로 뭉텅뭉텅 쏟아졌다 오후 6시부터 10시가 가장 어둡다는 목요일은,
* 어디선가 읽은 듯한 구절.
인스타그램·2
머리를 풀고 갯벌을 달려간다 비릿한 어제를 풀어헤치고 부풀어 오른다 소금기 화면 속으로 커다란 손바닥이 쥐었다 놓았다 내 몸을 풀밭 한 쪽에 눕혀놓았다 세상을 떠돌던 다른 나는 검은 혓바닥을 늘어뜨린다 입을 크게 벌린 풀밭 위에 버둥거리던 바람이 뜨거워졌다 녹는 동안 여름이 지나가고 있었다 어둠이 풀밭이 당신이 우리는 서로 다른 각도에서 웃고 있었다 덜 잠긴 수도꼭지에서 꿈이 줄줄 샌다 뒤엉킨 팔과 다리가 흐른다 마구 흘러내리다 총을 쏘아댄다 어제의 어제들에게
*김서은 2006년 《시와세계》로 등단. 시집 『안녕, 피타고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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