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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임주희/고향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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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호/신작시/임주희/고향 외 1편
고향 외 1편
임주희
서까래가 어깨를 마주하는,
고추 상추 품고 앉은 화분이 자리를 차지하는,
낮은 창가에 떨어지는 빗물 음악이 되는,
좁디 좁은,
고단함 묻은 앞치마로
시장 좌판에서 또 하루의 생계를 담아온 어머니가
저녁 어스름
밥 먹으라고 소리 질러 주실 것 같은,
사시사철 골방에 앉아
주전자 철철 넘치는 막걸리로 시간을 적시며
매화 난초 꺾어대던 아버지
휘청거리는 걸음에 취한 콧노래 담고 돌아올 것 같은,
담벼락마다 훈장처럼 적어둔 붉은 ‘철거예정’
재개발에 밀려난
아이들의 웃음소리 총총 사라져가는,
달
볼에서 바람 새듯
계절이
계절의 끝자락을 붙들고
담벼락 타고 넘어가는
달빛, 부슬부슬 흩어지네
바람의 흔적만을 남긴 채
말라버린 담쟁이 넝쿨처럼
기억의 금을 두르고 선 벽
속 없는 동상이몽
씁쓸한 해몽법
외발 기대고 선 전신주에
까만색 바람이 허연 서글픔을
헐렁해진 달을 타고 와서
그렇게 널어두고 가네
*임주희 2006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푸른 화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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