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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장종권/똥개·3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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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장종권/똥개·3 외 1편
똥개·3 외 1편
장종권
에미똥개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새끼똥개가 자랐다.
잔칫날 에미돼지가 사라지면 새끼돼지가 자라듯이.
암탉이 사라지면 병아리들이 다시 마당을 채우듯이.
에미똥개 냄새 가득한 마당에서 토방에서 마루밑에서
새끼똥개는 그것도 에미의 보우하심이라 마냥 즐거웠다.
더욱 건강해지고 더 성장한 주인아들과도 변함없이
마당을 빙빙 돌고 마루 위에 팔짝 뛰어오르기도 했다.
복날이 다가와도 다 자란 똥개는 두렵지 않았다.
복날은 복날이지 그야말로 복이 터지는 날이지.
똥개·4
죽을 때 죽더라도 충성해야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려면 별 다른 도리가 없다.
아무리 발로 채이고 두드려 맞아도 달아나서는 안된다.
잡아먹히더라도 참아야 한다. 때를 기다려야 한다.
탈 없이 자손 번창하여 숫자를 늘려야 한다.
그 때에는 무슨 수든 쓸 수가 있을 것이다.
그 날이 오기만 하면 이 땅 모조리 우리들의 것이 되고,
인간들도 별 수 없이 우리를 따르게 될 것이다.
그 때에는 우리도 가만히 앉아 저들의 시중을 받고
배가 고프면 언제든 배를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고된 훈련도 이겨내야 하고, 어떤 수모도 견뎌야 하고,
복날도 모른 척하고 보신탕집도 그냥 지나쳐야 한다.
아이들아, 아직은 멍멍멍 짖기만 하여라. 그뿐이면 된다.
*장종권 1985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외. 인천문학상, 성균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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