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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이영신/봉황산 무량수전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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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이영신/봉황산 무량수전 외 1편
봉황산 무량수전 외 1편
―항괘恒卦 九二는 悔亡이리라
이영신
아미타불에게
늘 한결 같이 천년 벗으로 지내는
햇살이 찾아왔다
법당에 퍼질러 앉아
별 말 없이
아미타 부처 발가락이나 간질이다가
가부좌를 틀고 용맹정진 중인
뒷꿈치 굳은 살도 간질이다가
제풀에 겨워 빛을 거두고는
뒤 한 번 돌아보는 법 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찬미 천사
―풍괘豊卦
허공저너머하늘저편에는천사가살고있다하지발에흙을묻힐일도양말을벗고나면살내가진하게날리도없는천사가산다고하지천사는양날개가달렸다지
양날개를팔락거리며아무리먼거리라도단숨에오간다지하느님의심부름꾼이라지하느님의사자라지
나는흙이묻은신발을신고다녀양말도신어벗어놓으면살내가진하게나지밥을한끼라도굶으면어느구석에처박혀있었는지도모르는놈이눈에쌍심지를켜고달겨들어나를부리는놈의손아귀를벗어날수가없어
천사는하늘과땅사이를가볍게가벼웁게날아다닌다고하지간혹은예기치못한선물을주기도한다더니어느날나에게도슬그머니놓고간선물한꾸러미
양쪽에귀가달리고오물거리는입도손도발도가진설탕한봉지만한것을놓고가며천사라고하며내려놓고갔어똥도싸고오줌도싸고날개도없고울기만하는어린것을천사가천사임이분명맞다고놓고날아갔어멀리멀리날아갔어
*이영신 1991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망미리에서』, 『죽청리 흰 염소』, 『부처님 소나무』, 『천장지구』, 『저 별들의 시집』. 한국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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