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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생수/월정댁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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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생수/월정댁 외 1편
월정댁 외 1편
김생수
음성군 감곡면 강 언덕 아래, 달빛 우물처럼 점 찍은 주막 하나 있다. 그 이름 월정주막, 뚱뚱하지도 안 뚱뚱하지도 아니한 주모 하나 있다. 이쁘지도 안 이쁘지도 아니한 여자, 나무에 매달린 빨간 열매 같은 여자, 달빛 우물 같은 여자 월정댁이 있다
조선의 산골 주막에나 잘 어울릴 월정댁,
전생의 전생에 한 번쯤 조우 했음직한
내 쓸쓸한 어느 주막에서 밤새 한 번쯤 같이 엎어졌을 것도 같은 여자 월정댁,
세상을 돌리는 사상과 이념이 어쩐지 썰렁하다고
‘월정칼국수’에서 ‘월정주막’으로 이름을 바꾼 여자,
바람 불고 먼지 이는 자본의 세월이 왠지 냉정하다고
‘월정주막’으로 간판을 바꿔 올리고 불을 밝힌 여자,
오늘도 삭은 놈팽이 하나 놀 지는 월정 주막에 틀어박혀
유월 앵두가 익어가는 것처럼 붉게 젖어 있다
바람의 시계
낯선 땅으로 가
낯선 거리에서
낯선 인생을 만나
하룻밤 나비잠을 자고 있다
호기심 많은 아이의 눈빛으로 시계를 돌리며
낯선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아이의 첫 눈인 듯, 세상이 처음인 듯
내가 만나지 못했던 시간들은 태초이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인생들은 창세기다
지난 모든 것들은 처음 손에 잡았던 바람이다
태양이 신비스런 광채를 내고 있다
꿈속으로 가는 바람의 기차가 덜컹거린다
*김생수 1995년 《문예한국》으로 등단. 시집 『지나가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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