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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전방욱/부흥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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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전방욱/부흥회 외 1편
부흥회 외 1편
전방욱
곧 후회한다
강박증에 눌린
절박한 사람들이
이승의 삶을 등한시하는 이런 곳은
애초에 참석할 만한 곳은 못되었다고
불의 혀들이 넘실거린다
들끓는 에너지로 소용돌이치는 예배당에서
사람들이 울부짖는다
내 안의 신비한 힘들은 목구멍 깊숙이 치솟고
게헨나의 불보다도 더 화끈한 설교
십일조 은혜로 충만한 분위기
홀연한 바람에 실려 모든 이들이 취해 있을 때
아직도 내 안에서는 두 개의 힘이 맹렬히 싸우고 있는지
얼음과 같은 마룻바닥에 더 낮게 엎드린다
“소자야 한시라도 깨어 있을 수 없더냐”
혹 그들의 말대로 내 심령은 이미 죽어버렸는지를
내 생각은 무가치한 것처럼 생각이 되어
어색한 성인으로
영광의 입구에서 망설이며 두려워한다
독초
목을 잘라도 또 자란다
허리를 베어도 또 자란다
발목을 끊어도 또 자란다
뿌리도 내리지 않은 생각들은
독초와 같이 잘도 자란다
그 생각들을 거느리는
나는 독초의 괴수
마음 깊이 전각한 문자들은
심판의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선뜻 얕은 잠에 뒤척이는 밤이 지나면
그래도 혹 그 사람이 용서해 줄
광명한 새아침이 올라나
뿌리도 내리지 못한 허술한 죄들이
고사리처럼 순을 말아 올리는
깊이 잠들지 못하는 밤
*전방욱 199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1980년 시집 『구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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