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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인육/도미야 도미야·2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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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인육/도미야 도미야·2 외 1편
도미야 도미야·2 외 1편
김인육
솟대에 기러기처럼 꽂혀 있는
사내의 붉은 눈동자를
처음 발견한 것은 오월의 바람이었다
조문을 알리듯 감꽃이 피고
참깨꽃 조등이 삼백 리를 이었다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소문들이
바다로 들판으로 분분했을 때
눈동자 커다란 서해의 사람들은
풍우에 연민을 실어 그녀에게 전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청천을 나는 새가 그녀를 이끌었다고도 하고
솟대에 꽂힌 그의 눈동자가
등대처럼 깜빡이며 그녀를 불렀다고도 한다
감히 누구도 어쩌지 못한
불멸의 사랑을 위해
솟대의 붉은 눈동자 위로
하늘은 천둥으로 수직울음을 울고
그해의 가장 쓸쓸한 가을비가 사흘 밤낮을 내렸던 다음날
서해의 썰물이 그들을 보듬고
바다 멀리 도원까지 동행했다고 하고
서천에서 아파하던 관음이
한 조각 달님 나룻배로 현현하여
고요히 피안으로 그들을 인도했다고도 한다.
수로에게
4월은 밀물처럼 흘러 들어와
내 안에 그대를 꽃피웠지
연분홍으로 연초록으로 나를 물들였지
당신은 눈부신 연분홍이었지
바람결 스란치마는
사락사락 눈 내리는 소리가 났지
송아지 눈망울 같은 순한 눈빛
사내의 잠든 봄을 활짝 깨웠지
심장은 칠월의 천둥보다 쿵쾅거렸지
덜컹덜컹 고장이 난 것 같았지
난 그대의 영토에 뿌리내린 나무야
당신의 빛이 필요한 나무야
두 팔 벌려 태양을 갈망하는
온몸의 잎들이 그댈 향해 사운대는
청맹과니의 푸른 나무야
눈부신 당신으로 꽝꽝 눈이 먼
붉은 심장의 미친 나무야.
*김인육 2000년 《시와생명》으로 등단. 시집 『다시 부르는 제망매가』, 『잘 가라, 여우』, 『사랑의 물리학』. 《미네르바》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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