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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이영식/빈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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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이영식/빈집 외 1편
빈집 외 1편
이영식
독거노인
먼 길 떠 난 뒤
빈집 드나들던 말벌들
집을 두 채나 지어
분양했다
고양이는
새끼를 세 마리나 낳았다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해서
풀꽃이 피고
벌 나비가 날아들었다
밤이면
풀벌레 잔치 속에
별빛이 한가득 내려 앉아 놀았다
노인이 떠난 뒤
빈집은 독거를 면했다
사방 뚫린 바람벽
무엇을 탕진해도 좋았다
까막눈
―한글반 김점례 할머니
어머니
먼 길 떠나신지 30년
하늘나라로
편지 한 장 올립니다
어머니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제가
칠순 넘어서야 글 깨치고
눈을 떴습니다
쓰고 또 써 봐도
신기하고 다시 쓰고 싶은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제는 은행이나 주민센터도
마음 편히 다닙니다
까막눈 길 너무 어둡고 멀어
안부가 늦었습니다
보고 싶은 내 어머니
*이영식 2000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휴』, 『희망온도』, 『공갈빵이 먹고 싶다』. 한국시문학상, 2012년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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