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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정서영/로키의 봄날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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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정서영/로키의 봄날 외 1편
로키의 봄날 외 1편
정서영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강아지를
安樂死로 먼 길 떠나보냈다
굳은 살 뚫고
삐끔 벚꽃 눈을 뜨는
비 오는 봄날 저녁
바람이 살아 있고
햇살이 살아 있고
바다가 살아 있고
흙이 살아 있고
하늘이 살아 있고
소리가 살아 있고
산이 살아 있고
허공이 살아 있다
모든 것들이 생생히
살아서 울리지만
듣는 이 없다
원래 이렇고
언제나 이렇다
그 소는 어디로 갔을까
서산의 한 도축장에서
소 한 마리가 정육업자를 공격 후
탈출.
근처 야산에서 발견된 암소는
6시간 만에 소방관의 가스총에 의해
포획되었고 한다
온 세상이 한 몸으로 살아 있는데
살아 있는 것이 없다
할 일도 없고
하지 말아야 할 일도 없다
나무가 말하고
풀이 말하고
바위가 말한다
생각으로 물었지만
생각 없이, 대답한다
*정서영 2005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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