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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영란/봄, 피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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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김영란/봄, 피다 외 1편
봄, 피다 외 1편
김영란
목련을 본다
어제만 해도 움츠린 등짝의 오후를 보냈다
길 가던 노모가 삶은 고구마를 건넨다
반쯤 탄 냄새 안쪽을 들여다보는데
웃으며 슬쩍 하는 말
이젠 나 죽지도 않아요
그 말이 맑은 꽃잎 주위를 기웃기웃하였다
아흔 일곱의 다정한 말씀에 목련이 들썩인다
나도 따라 훌쩍 피어오른다
소문
―향일암* 동백
그 자리,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빛이 있어
염불을 외는가
기어가다 멈춰서곤 중얼거리는
하릴없이 햇볕만 쐬던 바람도
바지런히 합장하며 걷는 노파의 얼굴에 머문다
그녀의 계단은 페달이 있어
막둥이 환갑을 빌어주기도 하고
어떤 날은 손주 녀석 취직도 시킨다는데
산다는 것이
이렇듯 칭칭 묶어둔 붕대를 풀면
새살 돋는 잎이었으면
산다는 것이
마치 그 잎이 돋고 돋아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었으면
*향일암-여수시 돌산에 있는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
*김영란 2008년 《문학저널》로 등단. 여수화요문학회회원, 여수물꽃시낭송회 회원, 여수숲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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