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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조철형/숙련된 방식으로 숨 쉬는 도시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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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조철형/숙련된 방식으로 숨 쉬는 도시 외 1편
숙련된 방식으로 숨 쉬는 도시 외 1편
조철형
새벽을 향해 어둠이 제 초침을 옮겨놓는다
태양이 적멸한 이곳은 바람이 제 그림자를 숨겨놓기 안성맞춤
바둑판처럼 잘 짜인 거리의 어둠은
해 종일 땀 흘리던 이들이 남긴 눈물의 흔적
이 밤, 사람들은 저마다 푸른 꿈을 꾸며
피곤한 육신을 어디선가 뉘고 있을 것이다
이 적막한 벽들이 서로서로 어깨를 붙잡고
숙련된 제 방식으로 시화방조제를 달리거나
서해에 눈물을 보태고 있는지도 모른 채
어둠의 숲, 저 너머 휘황찬란한 불빛들의 거리는
새벽의 귀퉁이를 향해 나른한 몸을 눕히고 있거나
귀가를 못한 이들이 아직도 집시처럼 헤매고 있다
바람의 고독한 그림자가 골목마다 상처를 핥는 새벽은
서로의 꿈을 향해 마주보며 웃어야 할 시간
각각의 공장에서 새어 나오는 기계 소리, 질주하는 차량 소리
도시는 어두웠든 밤의 시간을 잊은 채
숙련된 방식으로 들숨과 날숨을 쉬고 있다
저 콘크리트 벽 작은 성마다
짙은 뭉게구름을 가끔 쏘아 올리는 날이면
오이도 하늘은 흑룡들이 승천을 시작한다
웅장한 파열음과 출처도 따로따로인 냄새가 하늘을 유영하며
저 어둠의 숲에 아침마다 제 흔적을 묻으러 오면
피안의 세계를 향하여 꿈꾸는 사람들이 서해를 향해 웃어야 할 시간
쉴 새 없이 다양한 차들은 제각각 꿈을 싣고 바람처럼 달려간다
바람꽃·2
꽃들도 우는구나
한 송이 꽃을 피우려
바람은 수많은 울음을 내며 스쳐간다
오후의 태양이 저무는 것도 모른 채
나비는 꽃들 사이로 제 작은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에서 춤을 추네
뭇벌들은 바늘 같은 촉수를 치켜세우고
허공을 종횡무진하네
꽃들을 찌르고 가네
나는 꽃들의 무진한 향연을 보네
*조철형 2011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그리움도 때론 푸드덕거린다』. 농촌문학상. 문학세계문학상. 이해조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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