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록작품(전체)
20호/신작시/김설희/궁리 외 1편
페이지 정보

본문
20호/신작시/김설희/궁리 외 1편
궁리 외 1편
김설희
나침반을 만들까
하얀 티슈 한 장을 깔고
그 위에 꽃잎을 붙여 꽃을 만들까
백지가 꽃길이 될까
길이 길어질수록 뜯겨진 꽃잎이 많아질까
가지런히 꽃잎이 배열되고 흩어질까
붙이고 흩고 또 붙이고
꽃의 길이 삶의 무늬로 얼룩질까
해 지는 쪽으로
손뼉과 노래가 들썩일까
돌 위를 흐르는 물소리
아릿한 플롯의 울음이 흐를까
어둑어둑해지는 황혼 쪽으로
환하게 제목처럼
바람의 특성
날개를 가진 것들은
바람이 가득 찬 것들이야
팽팽한 것들의 껍데기는 얄팍해
터지기 전
양을 줄이려면 날개를 저어야 해
날갯짓은
부풀어 오른 몸이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야
바람이 날개 등을 타고 훠이훠이 길을 나서는데
길에는 아롱아롱 빛나는 것들이 많아
유흥시설처럼 꽃들이 열려 있어
어딜 가도 오락 같은 시간이야
날개를 저을수록
탱글탱글한 바람이 수그러드는 것 같아도
사실은 새 바람이 자꾸자꾸 생성되고 있어
멀리 날아가려는 속성이 더 키를 세웠는지
하늘 높이 허공을 젖더니
느닷없이 풀들이 살아있는 땅 쪽으로 내려오는 거야
바람의 본능은 방향을 바꾸는 일이야
*김설희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산이 건너오다』.
추천0
- 이전글20호/신작시/김용균/산새소리 외 1편 19.07.08
- 다음글20호/신작시/황옥경/알람 AM 5:28 외 1편 19.07.08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