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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윤은한/폭염暴炎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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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89회 작성일 19-07-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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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호/신작시/윤은한/폭염暴炎 외 1편


폭염暴炎 외 1편


윤은한



저수지 잉어 마당은
여러 갈래로 물길이 드러난다


햇무리 파동으로
눈동자 사라지고 비틀거리는 다리
얼굴 없는 육각 모자는
땀방울이 흘러도 벗지 못한다


까치는 참나무 가지에 앉아
나뭇잎을 흔들어 목을 적시며
더위 먹은 직박구리
새색시 머리 감듯 옹달샘에 온몸 담근다


목을 치켜든 푸른 물뱀들이
개울 속으로 뛰어든다
아이들은 자리를 빼앗기고
맨발로 엄마 품으로 날아간다





밤비



축축한 몸이 가출을 시작한다
콘크리트 다리 위로 발바닥이 걸어간다


바바리코트와 안경테로 흘러내리고
머리에 손을 얹고 숨은 달을 찾아 나선다


빗물은 검은 그림자를 씻어내며
새벽을 배달하고 땅속으로 스며든다


신문지로 도배한 벽지는 비가 쏟아지면
방바닥으로 쓰러져 고독의 몸살을 앓는다  


지붕에서 쏟아지는 비애는
검은 구두에 가득 차서 흘러넘친다


동거부부가 금발의 나신을 걸어두고
로망스 선율에 긴 포옹으로 눈을 감는다


녹슨 곤로에서 라면이 끓고 있다
비가 그친 가시나무숲으로 걸어간다





*윤은한 2016년 《리토피아》로 등단. 막비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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