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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김수원/바다의 맑은 탕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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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김수원/바다의 맑은 탕 외 1편
바다의 맑은 탕 외 1편
김수원
한 쌍의 갈매기가
부리를 맞댄 노래에
무량한 심해에서 심장을 펄떡이는
등 푸른 바다를 토막 쳐
파도에 정갈하게 씻으시게
발그레한 그리움을
사랑의 손금으로 조물조물 주물러
된장 한 숟가락 퍼 넣고
피를 달구듯 한소끔 끓이시게
파랑이는 불꽃으로 치닫는 절정에
흰 김이 피워 오르면 한 숨을 죽이시게
넘칠 듯 차오른 수평선이 자작해지면
차분한 중불로 은근히 졸이시게
서로 어긋나듯 어섯 썬 청량고추에
매운 눈물을 흘린 때도 있을 것이네
몸통을 가슴이 맞닿도록 뒤집고
깊은 맛이 국물 속에 배어들도록
약 불로 조심조심 뜸을 들이시게
충만하게 익거들랑
두 입술을 하나인 양 후후 불어
사랑에 데지 않도록 영혼을 밝히게나
이 밤 쌍둥이 별자리를 맑은 술에 띄우고
은빛 숟가락으로 가슴을 나누는
술 한 잔 받으시게
배는 섬으로 남다
지아비 태운 고깃배가 파도에 실려
난바다에 한 점 섬처럼 떠나는 날
만선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사진 찍자고
구릿빛 얼굴을 환하게 밝혀
카메라 조리개같이 눈을 찡긋 했다
뱃길이 소실점으로 사라진 수평선 너머
하늘이 먹구름에 덮이고 폭우를 쏟았다
고깃배들이 생명의 손금을 끌고 와
저마다 포구에 닻을 내렸다
낯선 어부들이 탁한 음성으로 부르는
놋소리가 갯바람에 묻혀 들려올 뿐
지아비가 좌초된 배로 암전된 소식에
나를 데려 가소, 나를 데려 가소
해송이 퍼트리는 노란 송홧가루가
거문도 앞바다에 삼베 상복을 입혔다
심해 어디에 배는 섬으로 남았을까
노을이 피를 토하는 울음 속
지어미가 어린 섬을 지극히 품에 안아
지아비를 인화하듯 젖샘을 물린다
*김수원 2017년 《불교문예》 봄호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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