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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기획4행시/허문태/바람꽃 외 1편

바람꽃 외 1편

허문태

기다리라고 할 때 떠나려는 것을 알았지 나도 모르게 알았지
바람도 없는데 흔들렸지 가느다란 목소리가 선명히 흔들렸지 
기다리라는 것은 항상 함께 있는 거라고 기다리라고 하였지
헤어질 때마다 내가 써먹던 묘약인데, 웃고있지 아프게 웃고있지

그 해당화

한번만 딱 한 번만이라고 할 때 딱 한 번은 절대로 오지 않는다고 하지
그 순간 딱 한 번은 이미 와 있고 수도 없이 온다는 말을 그렇게 했다지
언제였을까 석양 지는 바닷가에서 한 번만 제발 딱 한 번만 통곡했던 때가
그래서 그 해당화 올해도 바닷가에 수줍은 듯 피었지 심쿵심쿵 피었지

*허문태 2014년 《리토피아》로 등단. 시집 『달을 끌고 가는 사내』. 계간 《아라문학》 부주간. 막비시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