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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태동철/심해에 솟은 담석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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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태동철/심해에 솟은 담석 외 1편
심해에 솟은 담석 외 1편
태동철
난바다에서 고통이 밀려온다
노을빛 윤슬이 번지는 쓸개에서
엑스레이로 찍힌 무인도로
검은 필름 속 돌섬이 떠오른다
수평선 너머로 떠난 그대를 향해
생간에서 쓸개즙을 분비했다
그리움이 달군 피돌기가
심해 속 맨틀에서 마그마로 흘렸다
온몸이 발열하는 증상으로
심장에서 분출하는 화산이
바닷물을 끓이며 용암으로 굳어갔다
수면 밖으로 솟은 염*
그대 뒷모습이 아른대는 서쪽으로
해저 속 바위 뿌리를 발돋움해
파랑에 젖은 속눈썹을 띄운다
그대가 없은 무인칭으로
무인도를 담즙이 휘감은 통증에
사랑의 생성기원을 깨우친다
*염 : 바윗돌로 된 작은 섬.
만리포 첫사랑
수평선 너머 만 리의 이별도
파도 결 한 굽이로 접히는
물거품 하얀 그리움이 아니냐
투명한 모래알갱이의 자음에
심해에서 심층수로 일구어진
물결이 모음으로 스며
해안선에 추억의 문장을 엮는다
아름다운 약속의 한때를 밝혀
진실과 진심이 서로 어깨를 내준
발자국을 느낌표로 찍는다
눈길이 닿지 않는 눈썹 위에
파란 경계로 뻗은 수평선은
만 리나 떨어진 그리움이 아니냐
미쳐 가슴에 담을 새 없이
물무늬로 돋아난 문장들이
파도에 쓸려 먼 바다로 풀려간다
떠나간 마음을 읽으려
천길만길 파문에 눈빛을 얹고
아득한 심연에 귀를 묻는다
사과 반쪽이 갈라지듯
노을에 꽃물을 풀어놓고 진 태양
동심원이 머물렀던 자리에
씨앗 두 점으로 별이 떠올라
속눈썹에 맺혀 꽃술인 양 떨린다
수억 광년을 건너온 별빛과
온 생애를 다해 달려온 눈빛
이별이 이토록 가깝다
*태동철 2003년 「우리들의 대지」를 발표로 등단. 시 집 『내 사랑 영흥도』, 『족보의 바다』. 제20회 한국해양문학상 우수상 수상(2016년), 제19회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2017년), 제7회 대한민국 독도문화대전 시 특선(2017년), 제3회 계간문예문학상 수상(201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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