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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최명진/거미부부는 어디로 갔을까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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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61회 작성일 19-07-0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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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최명진/거미부부는 어디로 갔을까 외 1편


거미부부는 어디로 갔을까 외 1편


최명진



  화장실 창틈으로 거미 한 쌍이 들어와 벌써 살림이 두 채다 방충망에 구멍이 났는지 따져볼 일이지만 나도 아내도 차마 죽이지 못해 그냥 둔다 둘러보면 마른 돌담뿐인 곳인데, 어쩔까 인간 세상에도 셋방살이가 있어 우리 또한 느릿느릿 이곳에 왔다 1구역은 매일 큰 산 부서지는, 굴착기 진동이 텅텅 집안을 때리면 화장실 좁은 공간에도 잔바람 일어 흔들리는 거미집을 언제부터 변기에 쭈그려 앉아 습관적으로 올려보는지 모르겠다 아직은 가보지 못한, 손끝을 저어야 겨우 닿을 저 거리에서 거미는 어떤 숙제 같은 것을 항상 머리맡에 달아 두곤 한다 골목끼리 엮인 수많은 집들 누가 떠나고 금세 들어차는 작은 구멍들 거미가 사는 곳도 어쩌면 그리 가파른 모양새 아닐까 늘 집안에 틀어 앉아 재미없이 나를 내려 보는 유난히 긴 다리 거미, 어느 날은 스산한 마음에 화장실벽을 엉금엉금 올라 보니 거미는 없고 꺼진 쪽창처럼 마른 먼지만 덕지덕지 쌓였다 세간 다 던져두고 어디로 이사 갔나 창밖, 꺾인 산허리엔 거대한 더듬이 하나가 통풍에 시달리듯 울고 있었다





마흔 살



학창시절
공부 안했다


그리 막 살진 않았지만
말술을 비우고 보니 술꾼이 되고
실연을 견디고 보니 음탕한 마음 뿐


그러니 너무 힘주어 살았다


돌아보면 숭숭한,
낯부끄러운 내 쥐구멍들


찍소리 없는 청춘
비누 같은 살림만 털고 다녔네


하여 눈발은 날리고
하늘만 바라보고


어릴 적 엄마 말
지지리 안 듣더니


올해부턴 엄마 말 진짜 잘 들어야지





*최명진 2006년 《리토피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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