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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강운자/4월이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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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강운자/4월이다 외 1편
4월이다 외 1편
강운자
아니었다/손이 아니었어요/발이 아니었다고
개나리가 피는 시절이다/날리는 벚꽃의 계절입니다
셔터 문이 올라갔네/피에로 풍선이 세워졌다
관절 없이 춤을 춘다
웃지 않아도 웃고 있어요/눈 밑에 박힌 눈물 보석이 반짝인다
龜何龜何*(거북아, 거북아) 首其現也(머리를 내어라) 燔灼而喫也(구워서 먹으리)
헌 집 줄게/새집 다오/두껍아/거북아
구워 먹히지 않을 것이다
오리고기 집이 폐업되었다 한우 생고기 전문점에서 싱싱한 생간과 부드러운 천엽을 서비스로 제공한다
전셋돈 뽑아 개업을 했다지요
새집 다오/새집을 다오/헌 집 줬다
두껍아 황금 두껍아/벚꽃을 입에 문 두껍아
* 『삼국유사』권 2 「가락국기」조에 전하는 ‘구지가’.
꽃길
12등분한 하늘에 1,464개의 별, 새겨진 천상열차분야 지도를 경전처럼 암송하지 않는다. 사막을 휩쓸고 가는 폭풍이 눈앞에 있던 모래산을 어디로 내동댕이치는지 기억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길은 딱 알맞은 거리에 가로등이 비춰주고 이정표가 길의 방향을 알려주지. 달리는 차 안에 홀로 앉아 있어도 윈도 밖 나의 저 넓은 정원에서 계절 따라 정원사가 가지치기를 해주고 당연히 벌레도 잡아주지. 이 길을 지나는 자, 흥얼거리며 갈 것이다. 늠연한 적송이 如如하고 늘어진 수양벚꽃이 바람에 흔들린다. 그대가 찔레꽃을 낙엽처럼 흩뿌리다 향기에 찔린다고 하여도
*강운자 2007년 《시현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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