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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최병숙/난타亂打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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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76회 작성일 19-07-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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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최병숙/난타亂打 외 1편


난타亂打 외 1편


최병숙



마구 두드리고 싶어
너의 알 수 없는 마음을 두드리고 싶어
온몸이 땀에 흠뻑 젖도록
거침없이 너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윤기 나는 검은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신명나게 두들기고 싶어


날마다 주어지는 레시피도 없는 생을
누가 신선한 퍼포먼스라고 했던가


도마 위에 놓여진 배춧잎 같이 여린
식물성 슬픔도
등푸른 고등어 같은 외로움도
양손에 꽉 잡은 두 칼로
토막치고 채치고 다져서
경쾌하게 날려 보낼 거야
날카로운 칼날과 칼날이 부딪쳐서 만들어내는
흥겨운 금속성 소리가 뜨거워지도록
온몸을 던져 난타하고 싶어


두들길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북처럼
상처받은 누군가의 닫힌 마음이
언젠가는 얼음 녹듯 열리어
작은 미소로 젖을 수 있다면
거침없이 너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도무지 굳게 닫혀 쉽사리 문을
열어주지 않는 알 수 없는
나의 시마詩魔여





분홍색 고무장갑



한밤중 싱크대 위에 피곤함 몸 걸쳐놓고
잠자고 있는 그 여자
맨살의 손바닥 대신 분홍색 고무 손바닥을 가졌지
끓어오르는 열망의 거품을 걷어내며
우툴두툴한 손바닥으로
빨래를 비비고
매콤한 김치를 버무렸지
늘 축축하게 젖어 있어 퉁퉁 불어있던 시간들 속
그녀가 만들어 내던 반짝거리는
행복한 소리 들렸었지
그러나 멍게 속살처럼 찢어진
여린 분홍빛 고무 살 속으로 찬바람이
윙윙거리며 파고들어 왔던 날도 있었지
때로는 뼛속까지 시린 물살 흘러 들어와
한없이 질척대기도 했었지
빨래판처럼 골이 패인 손목의 주름이
의미 없는 일상의 반복을 노래하고 있었지
어질러진 삶의 부스러기들을 열심히 쓸어 담던 분홍 손바닥
이제는 뜨거운 삶의 화상火傷에 데이고 늘어져
너덜거리는 헐거워진 손바닥


밤마다 그녀는 빈 껍질이 된다





*최병숙 2011년 계간 《문학선》으로 등단. 시집 『바닷가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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