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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김선숙/이르쿠츠크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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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김선숙/이르쿠츠크 외 1편
이르쿠츠크 외 1편
김선숙
이르쿠츠크
이르쿠츠크
백군의 깃발도
적군의 깃발도 사라진
눈의 도시를 바라본다
설원에 묻혀버린 아우성
얼음으로 굳어져가는 눈동자
차디찬 바람 휩쓸고 지나가는 거리
행인도 사라져버린
텅 빈 눈의 도시
시베리아를 건너 온 바람이
오호츠크해룰 휩쓸고 온 습기가
투명으로
투명으로
채워지는
너도 사라지고 나도 없는
얼음의 도시
이르쿠츠크에는
열정이
얼음으로 두꺼워진다
사마르칸트의 여인
사마르칸트에는
고구려인이 살고
고려인이 살고
내가 살고
푸른 빛이 산다
푸른 눈의 여자
푸른 돔의 사원
푸른 들판. 푸른 강물. 푸른 언덕
그리고 푸른 몽고반점의 여인
억센 기억
강인한 생명력
거친 역사의 소용돌이
끝없는 수레바퀴의 되돌림 현상
영원히 각인되는
숙명처럼 흔적으로 남는
그리고
사라져 버린 기억
사마르칸트에는 푸른 반점들이
부딪치고, 상처받고, 깨지고, 부서지며
또다시 일어나 걸어가는
여인들이 산다
사마르칸트의 여인들이
*김선숙 2013년 계간 《시와소금》으로 등단. 여향예원. 시가꾸는마을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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