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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박미덕/슬픈 기억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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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박미덕/슬픈 기억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외 1편
슬픈 기억에는 독특한 냄새가 있다 외 1편
박미덕
끈적끈적 배어나오던 기억이
날선 아픔으로 온몸을 휘감고
숙성되지 않은 효소의 앙금이 화상처럼 깊어질 때
슬픔은 소주 같은 기억을 데리고 온다
때론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따라다니는
그런 기억이 있어
돌이켜 보는 추억과는 다른
슬픔의 냄새가 난다
깡소주를 마시고 밤새워 토해내던
위액의 씁쓸한 맛이 슬픈 기억과 함께하면
독특한 냄새가 난다.
눈부시도록 아름답던 꽃잎이
습한 웅덩이에서 발효되는
그런 슬픔의 냄새가 있다.
지우개
사랑이 부르면
항상 대답하는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니
사랑이 손짓하면
항상 잡히는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니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잖아
사랑은 변하는 거라잖아
니가 날 불러주지 않을 때
니가 날 안아주지 않을 때
내가 널 불러도
대답해 주지 않을 때
난 너의 모습을 조금씩 지웠어
내 모습도 어느덧
조금씩 조금씩 닳아
없어지고 없더라.
*박미덕 2013년 《문학춘추》로 등단. 저서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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