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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이세영/하루살이 시집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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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신작시/이세영/하루살이 시집 외 1편
하루살이 시집 외 1편
이세영
얼굴 한 번 마주쳤을 뿐인데
우편으로 시집 한 권 받았다
급할 것도 없이 느릿느릿
글자를 건너 행간을 더듬는데
느닷없이 날파리가 날아든다
흠칫 놀라 손을 휘젓고는
잊은 듯 두어 장 넘기면
어느 틈에 또 내려앉는다
엉겁결에 손바닥으로 내려친다
해독할 수 없는 문자가 새겨진다
누군가는 일생의 한 조각
하루를 쪼개 한 편의 시를 쓰고
누군가는 일생의 전부인
하루를 뭉쳐 점 하나 찍는다
하루를 쉬는 듯
하루를 마치는 듯
쉼표인 듯 마침표인 듯
겨울 연지
시간이 멈춘 연못에
부러진 연필이 꽂혔다
철 지난 기억을 풀어
글자를 새기다가
그대로 얼어붙은 손
지난여름 허공에
포대기만한 방석을 띄우고
술렁술렁 춤추던 연인들은
다 어디로 갔나
푹신하게 앉아 놀던
잎들, 입들
또르르 구르다가 톡
눈부시게 부서지던
말, 말들
얼음에 미끄러지던 저녁놀이
꺾어진 마지막 한 마디
밀어의 성분을 잡고
홀로 입김 불다 간다
*이세영 2015년 《문예연구》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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