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20호/신작시/노두식/꽃구경 외 1편

꽃구경 외 1편

노두식

꽃길을 따라
굼뜬 발걸음 뿌리치고 달아나는
종작없는 마음을 불러 세운다
앞서 가는 것
욕심 아닌 것이 있었던가

위안처럼 꽃을 매달고 섰는
늙은 벚나무 아래
자리를 펴고 몸을 앉힌다
꽃그늘 낙낙하고

남은 시간들도
이러할지니
마음이여 알아라
몸이 더딘 것이 흠절만은 아니란 것을

무화과

남들 다 하는 짓도 못하는가 했는데
잇새가 벌어진 은밀한 곳에
만발한 정원을 우연히 엿본 뒤로

그것이 누구를 위한 꽃밭인지
눈부신 꽃들의 꽃말에 대해서도
함부로 물을 일이 아니라고

그 비밀
들키고 싶지 않은 첫마음이라면
몰래 간직해 두라고

마치 남의 일이 아닌것처럼
고개 돌리고 못본 체 하며

*노두식 1991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마침내 그 노래』 외